[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가계대출 관리의 고삐를 전반적으로 푸는 대신 늘어난 대출 여력을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에 집중하는 '선별적 완화'에 나선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단지 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관련 대출은 금융회사 총량관리 목표와 별도로 관리한다. 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투기성 수요를 겨냥한 규제는 유지하거나 일부 강화한다. 공급에는 금융의 물꼬를 트면서 수요 억제 기조는 이어가는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3% 수준으로 조정하되 추가로 확보되는 대출 여력은 주택공급과 청년·실수요자 지원 등 정책 목적에 활용하기로 했다. 3%는 지난해 실제 가계부채 증가율인 1.7%를 웃도는 수준이다. 총량 목표 자체는 높이면서 추가 대출 여력의 사용처를 정책 목적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단지 중도금·잔금대출은 금융회사별 총량관리 목표와 별도로 관리한다. 공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대출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한도를 소진해 정비사업이나 입주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공급 관련 대출까지 총량관리의 영향을 받으면서 정비사업과 입주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전날 진행한 백브리핑에서 "6·27 대책 이후 총량 관리를 이어왔지만 금융권 자율관리 과정에서 실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불편이 제기됐다"며 "공급 확대와 일관된 수요 관리를 유지하되 필요한 부분은 핀셋형 지원을 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조정과 함께 주택공급을 뒷받침하는 금융지원 규모도 대폭 확대한다.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21조5000억원 이상, 약 82% 늘린다. 정상 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해 착공·준공 속도를 높이는 데 정책금융의 무게를 싣는다는 구상이다.
PF 보증은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직전 3년 평균보다 2.2배 늘린다. 특히 착공 예정 물량이 가장 적은 2027년에는 33조원을 집중 공급해 향후 입주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착공 부진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건축공사비 플러스 PF보증은 5조원으로 확대하고 보증료 인하 조치는 2027년 말까지 연장한다. 조기 착공 사업장은 보증료를 추가 인하하고 주거사업장 보증비율도 한시적으로 100%까지 높인다.
신 처장은 "PF 시장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며 "이제는 PF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정상 사업장의 착공과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금융이 기여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26조3000억원 규모인 공급 지원이 이번 대책으로 47조8000억원+α까지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부실 PF 사업장의 정리와 재구조화도 병행한다.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를 3조원+α 규모로 신규 조성하고 은행·보험업권 신디케이트론은 1조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한다. 금융권 자체 정상화펀드도 7조3000억원에서 10조원까지 늘려 사업장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정상화 계획을 밀착 관리한다. 캠코펀드의 후순위 투자를 통해 민간자금 유입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실 사업장은 구조조정을 이어가되 사업성이 확보된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PF 정책을 이원화하는 셈이다.
정비사업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은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큰 금액을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하도록 개선한다.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상품도 신설하고, 중소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정비사업 보증도 새로 도입한다. 임대사업자를 위한 운영자금 보증과 PF 대출 유동화도 추진한다. 신 처장은 "주택 공급을 촉진하면서도 PF발 위기의 재발은 막아야 하는 만큼 공급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급 측면에서 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것과 달리 주택 매수 수요에 대한 기존 대출 규제는 유지하고 일부 규제는 강화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당분간 그대로 적용한다.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 제한과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점검도 지속한다.
전세대출을 활용한 우회적인 주택 투자 수요에 대해서는 규제를 한층 강화한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해 임대하면서 본인과 배우자 모두 실거주 이력이 없는 1주택자는 신규 전세대출과 만기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수도권·규제지역은 80%에서 70%, 그 외 지역은 90%에서 80%로 낮춘다.
신 처장은 비거주 1주택자 규제와 관련해 "핵심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한 번도 주민등록을 이전해 실제 거주한 적이 없는 경우"라며 "한 번이라도 실거주 이력이 있으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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