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업계의 조달 부담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더해지면서 카드사들의 하반기 차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물가 안정과 가계대출 증가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에도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고려해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여전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즉시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경우 국고채와 회사채 등 시장금리 전반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전채 역시 이러한 시장금리 흐름의 영향을 받는 만큼 카드사들의 신규 조달금리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여전채와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조달 비중이 높다. 특히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신규 발행으로 차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은 신규 발행 금리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사의 이자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국내 채권시장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겹치며 여전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 등급 3년물 여전채 평균 금리는 3월 연 3.68%, 4월 4.89%, 5월 4.12%, 6월 4.27%, 7월 중순 기준 4.46%를 기록했다. 4월 일시적으로 연 4% 후반까지 급등한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연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카드사들의 조달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하반기 대규모 만기 물량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하반기 여전채 3년물 만기 도래 규모는 약 11조5400억원으로 평균 조달금리는 연 3.55% 수준이다.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기존 평균 조달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차환 발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부담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전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인상되면서 하반기 차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신규 조달금리도 추가로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이미 둔화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 8곳의 당기순이익은 5997억원으로 전년동기(6015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자비용도 여전히 1조원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조달금리 상승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조달비용 증가분을 영업수익에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늘어난 조달비용을 수익으로 상쇄하기도 쉽지 않다. 카드론 등 대출성 자산의 금리를 일부 조정할 수는 있지만 인상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차주 부담 등을 감안하면 조달비용 증가분을 모두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 증가 속도가 수익 개선보다 빨라질 경우 카드사들의 수익성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카드사들은 여전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조달 수단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3년·5년물 여전채 발행이 주된 조달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단기차입을 늘리거나 달러·위안화 표시 김치본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활용하며 자금 조달 창구를 넓히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 8곳의 단기차입금 잔액은 6조7706억원으로 전년동기(2조4127억원)보다 180.6% 증가했다. 카드사들이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단기차입 비중도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며 비용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이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며 "조달비용 증가에 연체율과 대손충당금 부담까지 겹치면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압박받을 가능성이 커 당분간 실적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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