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두 배 높이면서도 '대출 규제 완화'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가계부채 관리의 고삐를 푼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 변화와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할 실수요를 총량관리 체계 안에 수용하기 위해 대출 여력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주택 공급을 위한 건설금융도 투기성 부동산 금융과 구분해 '생산적 금융'으로 규정했다. 결국 '집을 사는 돈'은 계속 조이면서 '집을 짓는 돈'에는 금융의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 금융 종합대책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목표 조정과 공급 확대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브리핑에서는 총량 목표를 두 배로 높인 것이 사실상 대출 규제 완화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주택 공급 금융 확대가 기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기조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총량목표 두 배 높였는데…"규제 완화 아닌 합리적 재조정"
정부는 이번 조치를 총량관리 체계를 유지한 채 변화한 시장 여건을 반영한 '합리적 재조정'이라고 규정했다. 총량관리 제도 자체의 한계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총량관리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총량관리는 현재 부동산시장과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정책"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를 조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 총량관리 자체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투기적 수요는 철저히 차단하고 주택 공급은 확충하며 실수요자는 핀셋 지원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총량관리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한 것이지 대출 규제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총량 목표 상향의 근거는 연초와 달라진 시장 환경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아진 데다 4~5월 주택 거래량이 증가했고, 향후 공급 확대 과정에서 이주비·잔금대출 등 실수요 대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해 연말까지 필요한 대출 규모를 다시 계산한 결과 기존 1.5%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3%라는 목표치는 가계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목표라기보다 연말까지 발생할 대출 수요를 총량관리 체계 안에서 소화하기 위한 '완충 공간'에 가깝다. 기존 1.5% 목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주비와 잔금대출이 늘어날수록 금융회사들이 총량을 맞추기 위해 다른 실수요 대출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3% 수준은 올해 말까지 예상되는 이주비와 잔금대출 소요를 반영해 산정한 것"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실거주 목적의 입주 과정에서 발생했던 불편은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량관리는 연도별로 운영하는 제도인 만큼 올해 남은 5개월 동안 실수요자가 불편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총량관리의 부작용은 최근 대단지 입주 과정에서 불거졌다. 금융회사별 대출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선착순 대출' 문제가 발생했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이나 실수요 여부와 별개로 금융회사의 남은 총량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 나타난 셈이다.
금융위는 이번 총량 조정으로 이 같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늘어난 총량 범위 안에 향후 입주 물량과 이주 수요를 반영한 만큼 금융회사가 연말 총량을 맞추기 위해 실수요 대출을 선제적으로 줄일 필요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위원장 주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전 금융권에도 조정된 총량관리 방침을 공유할 계획이다.
총량 목표를 높이는 대신 주택 매수 수요를 직접 억제하는 규제는 그대로 남겨뒀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주택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 등 핵심 규제는 유지한다. 총량이라는 '그릇'은 키우되 추가로 확보된 대출 여력이 투기성 주택 매입으로 흘러가는 통로는 계속 막겠다는 의미다.
◆부동산·금융 절연한다더니…"신축 건설금융은 생산적 금융"
총량 목표 조정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정부가 부동산 금융의 성격을 용도에 따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대규모 금융 지원이 기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기조와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금융과 실제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금융은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절연 원칙은 분명하다"면서도 "신축 건설에 대한 금융은 부동산 금융이라기보다 생산적 금융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주택과 오피스텔 공급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은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생산 분야에 대한 지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논리를 적용하면 앞으로 부동산 금융은 사실상 '집을 사는 돈'과 '집을 짓는 돈'으로 나뉜다. 주택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투기성 대출은 금융의 부동산 쏠림을 심화시키는 자금으로 보고 억제하는 반면, PF와 건설자금 등 공급 과정에 투입되는 금융은 주택이라는 실물자산을 만들어내는 생산적 금융으로 보고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에서 차단 대상으로 삼는 부동산 금융의 범위를 투기성 수요 중심으로 보다 명확하게 구분한 셈이다.
PF 지원도 같은 기준에 따라 이원화한다. 부동산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융 공급을 억제하기보다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인지를 지원 기준으로 삼는다. 사업성이 확보된 정상 사업장은 공적 PF보증과 민간자금 공급을 늘려 착공을 앞당기고, 부실 사업장은 캠코 PF 정상화펀드와 금융권 정상화펀드 등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완화 역시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지 않고 주거사업장에 한해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공급에 필요한 금융은 늘리면서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와 PF 부실 재발 가능성은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늘어난 금융이 정부 의도대로 주택 공급과 실수요에 집중될 수 있느냐다. '집을 짓는 돈'과 '집을 사는 돈'은 정책적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실제 주택 공급 과정에서는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PF와 건설금융 확대가 착공과 분양 증가로 이어지면 중도금·잔금대출 등 가계대출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특히 가계부채 총량 목표까지 기존의 두 배로 높인 상황에서 추가 대출 여력이 주택 매수 수요와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경우 정부가 강조한 '투기수요 차단'과 '공급금융 확대'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별 총량과 대출 용처를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해 늘어난 자금을 공급과 실수요로 유도하느냐가 이번 '투트랙'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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