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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非부동산금융(?)
배지원 차장
2026-08-14 08:25:00
금융당국 대출규제 정비사업 악영향…집값 상승 부메랑 우려
이 기사는 2026-08-13 08:39:02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차장] KB증권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은행(IB)부문 내 부동산 전담 조직을 대폭 정비했다. 부동산금융본부를 폐지하고 부동산PE부의 명칭을 변경하는 등 조직도에서 부동산이라는 이름을 사실상 제거하는 방향이었다. 정부의 '생산적금융' 기조에 발맞추려는 듯, 금융권 전반에는 '생산적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에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금융', 문재인 정부에서는 '혁신금융'이 대표적이었다. 지금은 '생산적금융'이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금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겠다는 정책의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은 창업생태계 등 산업의 신성장동력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은행권에는 창조금융센터가 들어섰고 지식재산권 등을 활용한 금융상품도 등장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창조'라는 표현은 금융권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적 구호가 바뀔 때마다 금융권도 움직였다. 조직을 만들고, 부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현재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금융은 사실상 '비(非)부동산금융'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줄이고 기업과 산업,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는 줄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금융권 PF대출 잔액은 115조5000억원이다. 2년 전인 2024년 1분기(3월) 말 134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4%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PF 연착륙과 부실사업장 정리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PF대출 연체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2024년 1분기 말 3.55%에서 2026년 3월 말 4.65%로 높아졌다. 부동산 금융의 총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시장에서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성이 있고 진행이 빠른 사업장에는 자금이 들어가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 사업장별 선호가 편중된 모습이다. 시장에 맡기지 않은 결과는 늘 이렇다.


PF 경색은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자금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공사비와 금융비용까지 높아지면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가 어려워진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규 사업에 선뜻 나서기 어렵고 기존 사업에서도 자금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억압은 결국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신축은 물론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속도를 강조했다. 주택 공급 확대가 정책의 중요한 목표라는 의미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이주비 대출 규제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토지와 건물을 확보하고 이주와 철거, 착공을 거쳐 준공하기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금융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공급은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 공급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금융은 줄이니, 필연적인 결과다. 부동산 금융을 줄이는 것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창조금융에서 혁신금융으로, 다시 생산적금융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금융시장에 남는 것은 결국 숫자다. 자금이 실제 필요한 곳에 공급됐는지, 사업이 진행됐는지, 부실이 줄었는지,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됐는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금융회사가 거기에 맞춰 간판을 바꾸고 실적을 채우는 일이 반복될수록, 자금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곳으로만 흐른다.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은 '무늬만 생산적금융'인 의미없는 인플레이션뿐이다. 시장의 판단을 대신하려는 금융정책이야말로, 가장 비생산적인 금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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