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의 ESG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ESG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육부터 진단·컨설팅까지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금융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ESG 정밀진단 건수가 전년 대비 약 3배로 늘어나는 등 비금융 지원은 빠르게 확대됐다. 반면 주요 ESG 특화대출 공급은 감소하면서 진단·컨설팅을 실제 자금 공급과 기업의 ESG 전환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기업은행이 발간한 '2026 IBK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교육부터 자가진단, 정밀진단, 심화컨설팅까지 단계별 지원체계를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ESG 대응 경험이 부족한 기업에는 교육을 제공하고 자가진단을 통해 경영 수준을 점검한 뒤 추가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는 현장 중심의 정밀진단과 개선과제 컨설팅을 제공하는 구조다.
관련 실적도 확대됐다. ESG 교육 건수는 2023년 136건에서 2024년 164건, 지난해 20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ESG 자가진단 역시 1576건에서 1602건, 183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개별 기업의 ESG 수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정밀진단은 2023년 95건, 2024년 94건에서 지난해 268건으로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2.9배로 늘어난 규모다. 단순 교육·자가진단을 넘어 개별 기업의 개선과제를 발굴하는 심층 지원 수요가 커진 셈이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진단체계를 직접 구축한 것은 고객 기반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과 맞닿아 있다. 대기업은 자체 ESG 조직을 두고 탄소배출량 측정이나 공급망 규제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전담 조직을 꾸리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 별도 대응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에는 ESG 대응 역량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거래처나 원청기업이 탄소배출량과 공급망 관련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체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에는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자체 진단과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이 별도의 대규모 전담조직을 갖추지 않고도 ESG 대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진단에 그치지 않고 금융으로 연결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기업은행은 기업 평가와 여신 관련 프로세스에서 친환경 활동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ESG 정보를 활용하고 관련 금융상품을 통해 ESG 성과와 금융조건을 연계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국내 최초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인 'ESG경영 성공지원대출'이다. 기업의 ESG 목표와 성과를 금융조건에 연계하고 대출 연장 시점 등에 이행 수준을 다시 확인하는 구조다. ESG 평가가 일회성 인증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금융조건과 연결되는 셈이다.
비금융 지원을 금융으로 연결할 ESG 자금조달 기반도 확대해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원화 ESG채권 7조2500억원을 발행했다. 전체 은행권 발행액의 61.3%로 5년 연속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발행액은 36조1600억원에 달한다.
투자 영역도 넓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인프라에 지난해 8218억원을 공급했고 사회기반시설에도 4477억원을 지원했다. 기후기술기업을 지원하는 기후기술펀드에는 은행권 최대 규모인 2625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비금융 지원뿐 아니라 채권 발행과 대출·투자를 통해 ESG 금융을 공급할 기반도 넓혀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일부 핵심 ESG 특화대출의 공급 실적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ESG경영 성공지원 시설자금대출' 공급액은 2023년 1조8291억원에서 2024년 2조4043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조6841억원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하면서 2023년 수준도 밑돌았다.
지속가능성연계대출인 'ESG경영 성공지원대출'은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공급액은 2023년 3335억원에서 2024년 2283억원, 지난해 1154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산업안전시설 투자기업 등을 대상으로 'IBK산업안전 활성화 지원대출' 601억원이 새롭게 공급됐지만 기존 두 ESG 특화대출의 감소분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비금융 지원 확대와 ESG 특화대출 공급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은 셈이다.
향후 기업은행의 ESG 과제는 확대된 비금융 지원을 실제 금융지원과 중소기업의 ESG 전환 성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다. 중소기업의 ESG 진입장벽을 낮추는 지원체계를 구축한 만큼 이제는 진단·컨설팅 이후 금융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탄소배출 감축이나 공급망 대응 역량 강화 등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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