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IBK기업은행이 대기업 여신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원화대출 증가액을 웃도는 자금을 중소기업에 공급하면서 대출 성장의 무게중심을 중소기업에 더욱 집중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은 제조업에 공급됐고 자금 용도별로도 시설자금이 운전자금을 웃돌았다.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의 특성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19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원화대출금은 총 323조5630억원으로, 지난해 말(315조6230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대출 잔액 증가세는 중소기업 부문이 견인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해 말 261조879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270조10억원으로 3.1% 늘어난 반면, 대기업·공공·기타 부문의 여신은 같은 기간 10조4510억원에서 10조3330억원으로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역시 43조2940억원에서 43조230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증가액으로 보면 중소기업 쏠림은 더욱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원화대출금은 7조9400억원 증가했는데 중소기업 대출은 이보다 많은 8조1220억원 늘었다. 원화대출 전체 순증액 대비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102.3%에 달한 셈이다. 대기업·공공·기타와 가계대출이 감소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대출 성장을 사실상 홀로 이끌었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대기업 대출을 빠르게 늘린 것과 대비된다. 국민은행의 대기업 등 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48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8.2%, 10.1% 늘었으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역시 각각 15.7%, 15.6%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상반기 말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전체 원화대출금의 83.4%로, 지난해 말(83.0%)보다 0.4%p 높아졌다. 원화대출 100원 가운데 83원 이상이 중소기업에 공급된 셈이다.
기업은행의 이 같은 대출 포트폴리오는 설립 목적과 맞닿아 있다. 기업은행은 1961년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은행이다.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소기업 금융을 확대하는 것이 단순한 영업 전략을 넘어 설립 목적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법령에서도 중소기업 중심의 자금 공급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소기업은행법 시행령은 중소기업자가 아닌 자에 대한 대출 및 어음할인 규모를 법에 따라 조달한 금액에서 지급준비금을 차감한 금액의 30% 이내로 제한한다. 비중소기업 차주에 공급할 수 있는 자금에 상한을 둬 조달자금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 금융으로 향하도록 한 구조다.
중소기업에 공급한 자금의 행선지를 살펴보면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제조업 대출 잔액은 140조795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조2490억원 늘었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2.1%로 절반을 넘어섰다.
제조업에 뒤를 이어 도소매업 대출 42조6510억원(15.8%), 부동산임대업 32조5490억원(12.1%), 건설업 8조1010억원(3.0%), 음식숙박업 5조140억원(1.9%) 순으로 집계됐다. 기타 업종 대출은 40조8910억원(15.1%)를 차지했다.
자금 용도를 봐도 기업의 투자와 관련된 시설자금이 절반을 넘어섰다. 상반기 말 시설자금 대출은 137조807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약 51.0%를 차지했다. 운전자금은 132조1930억원으로 시설자금보다 5조6140억원 적었다.
시설자금은 공장 신설과 생산설비 투자 등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사업 운영에 필요한 운전자금보다 장기적인 투자 성격이 강하다. 시설자금 전체를 생산적 금융으로 볼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 공급되고 시설자금 역시 절반을 넘어선 포트폴리오는 정부가 강조하는 기업·산업 중심의 자금 공급과 맞닿아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빠르게 확대하면서도 NPL비율 자체는 소폭 개선됐다. 상반기 말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4조3780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2840억원)보다 2.2%(94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전성 분류 기준 총여신은 334조3350억원에서 344조3510억원으로 3.0%(10조160억원) 늘었다. NPL은 증가했지만 총여신이 더 빠르게 늘면서 NPL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0.01%p 낮아진 1.27%를 기록했다.
NPL비율과 달리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여력은 낮아졌다. 기업은행의 대손충당금 잔액은 지난해 말 4조6130억원에서 상반기 말 4조4180억원으로 4.2% 감소했다. 이에 NPL커버리지비율은 107.7%에서 100.9%로 6.8%p 낮아졌다. NPL 잔액은 늘어난 반면 충당금 잔액은 감소하면서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이 100% 수준까지 낮아진 셈이다. 결국 NPL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충당금 여력이 이전보다 낮아진 만큼 향후 중소기업 금융 확대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건전성 지표로 꼽힌다.
업종별 연체율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기업은행의 상반기 제조업 대출 연체율은 0.79%로 집계됐다. 건설업과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은 각각 1.32%, 1.11%, 1.24%를 기록했고 부동산·임대업은 1.54%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 금융을 빠르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최대 익스포저를 보유한 제조업의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은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평가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 금융 확대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대출 성장과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실여신 잔액이 늘어난 가운데 NPL커버리지비율도 하락한 만큼,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정책적 역할을 지속하면서 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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