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수익성 개선이 더딘 해외사업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금시장그룹과 글로벌사업그룹의 겸직 체제를 끝내고 글로벌사업 전담 부행장을 배치하는 등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하며 해외사업의 실행력과 수익성 제고에 나선 것이다. 신규 해외 거점 확대와 기존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 해외수익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하반기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를 통해 정광석 부행장을 글로벌사업그룹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그동안 김규섭 부행장이 자금시장그룹장과 글로벌사업그룹장을 겸직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김 부행장은 자금시장그룹을, 정 부행장은 글로벌사업그룹을 각각 맡게 됐다. 조직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글로벌사업에 전담 책임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정 부행장은 전략·자금·글로벌 업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기업은행은 정 부행장이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현지 영업 경쟁력 강화, 해외수익 기반 확충 등 글로벌사업 전반을 이끌 적임자로 보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장민영 행장이 취임 이후 추진해온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이 해외사업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적 금융과 AX(AI 전환)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면 하반기에는 글로벌사업을 별도 책임체계로 운영하며 해외수익 확대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 성장 여력이 제한되는 만큼 중장기 수익원을 해외에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조직 기능도 사업별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비했다. 글로벌사업그룹은 해외 영업과 해외 네트워크 운영을 총괄하고, 해외 투자 기능은 CIB그룹으로 집약했다. 해외 영업과 해외 투자를 각각 전문 조직이 맡도록 역할을 분리해 의사결정 효율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글로벌사업그룹의 하반기 사업 전략도 신규 시장 진출과 기존 해외 거점의 경쟁력 강화에 맞춰졌다. 기업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가장 활발한 베트남에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동남아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에도 신규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월 싱가포르 금융당국과 만나 현지 진출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신규 거점 확보와 함께 기존 해외법인의 안정화에도 힘을 쏟는다. 지난해 출범한 폴란드법인의 조기 안착을 지원해 유럽 영업 기반을 강화하고, 해외 기업금융 네트워크도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의 생산거점이 집중된 조지아와 텍사스 지역에 기업금융 전담 RM(Loan Officer) 운영을 검토 중이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금융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주요 해외법인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확대뿐 아니라 기존 법인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중국법인 순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고, 인도네시아법인은 47억원에서 19억원으로 60.6% 급감했다. 지난해 출범한 폴란드법인은 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미얀마법인이 순이익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8.1% 증가했지만 전체 해외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글로벌사업그룹 전담 부행장 체제를 기반으로 신규 해외 거점 확대와 기존 해외법인의 수익성 개선을 병행해 해외수익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사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내실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해외수익 비중 확대"라며 "신규 거점 확보와 함께 기존 해외법인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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