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때 '자본 열위'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우리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 후반까지 끌어올리며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자산 성장을 재개한 가운데서도 견조한 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자본비율을 추가로 높였다. 여기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라임펀드 관련 손실이 운영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제외되면 추가적인 자본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과거 낮은 자본비율 탓에 제약을 받았던 대출 성장과 주주환원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2분기 말 CET1비율은 13.71%로 전분기 말 13.60%보다 11bp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이 CET1비율을 42bp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면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는 22bp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배당(-7bp), 자사주 매입(-4bp), 환율(-4bp)도 자본비율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자산 성장을 재개한 상황에서도 자본비율이 상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분기 말 그룹 RWA는 244조87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6%, 지난해 말보다 4.4% 증가했다. 우리은행 원화대출도 전분기보다 1.9% 늘었으며 기업대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2.8% 증가했다. RWA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압력을 이익 창출과 자본관리 효과가 흡수한 셈이다.
우리금융 입장에서 CET1비율 13% 후반 진입은 의미가 남다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자본비율은 성장 전략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CET1비율은 2022년 말 11.57%, 2023년 말 11.99%에 그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고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한 자본 여력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우리금융이 제출한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이행 실태를 2027년 말까지 반기마다 보고하도록 조건을 단 것도 이 같은 자본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금융은 이후 RWA 관리에 힘을 실었고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도 대출 성장 속도를 조절했다. 지난해에는 주요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만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할 정도로 자산 성장보다 자본비율 개선에 무게를 뒀다. 그 결과 우리금융 CET1비율은 지난해 말 12.90%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자본비율 개선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1분기에는 주요 자회사의 유형자산 재평가 효과가 CET1비율을 약 60bp 끌어올리며 13.60%까지 높였다. 2분기에는 일회성 재평가 효과 대신 이익 창출력이 추가 상승을 이끌었다. RWA 증가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자본비율 하락 요인이 발생했지만 이를 상쇄하면서 CET1비율은 13.71%로 높아졌다.
자본비율 개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반영되지 않은 운영리스크 규제개편 효과가 추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내놓고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과거 대규모 손실사건을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조기에 제외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연평균 운영리스크 순손실의 5% 이상이면서 최소 3년간 반영됐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이행한 손실사건 등이 대상이다.
우리금융에서는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와 라임펀드 사태 관련 손실이 주요 대상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두 사태로 운영RWA 부담이 크게 늘었고 관련 손실은 현재까지도 자본비율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해당 손실이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제외되면 별도의 자본 확충 없이 RWA가 감소하면서 CET1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금융감독원과 손실사건 제외 여부를 협의해왔으며 관련 효과는 2분기 실적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실제 반영 효과를 이보다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이르면 3분기 운영리스크 완화에 따른 약 10bp의 CET1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3.71%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13.8%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는 수준이다.
추가 자본 여력이 확보되면 우리금융의 자본관리 무게중심도 'RWA 억제'에서 'RWA 활용'으로 이동할 여지가 커진다. 과거에는 낮은 CET1비율 때문에 자산 성장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면 올해는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다시 대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 기업대출은 2분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2.8% 증가했다.
주주환원에도 자본 여력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하반기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상반기 2000억원을 합하면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3500억원에 달한다. 유안타증권은 이를 반영한 연간 총주주환원율을 44.6%로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운영리스크 규제 완화까지 현실화되면 우리금융이 과거 성장 전략의 제약 요인이었던 자본비율 부담에서 한층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을 쌓기 위해 RWA 증가를 억제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기업대출 등 성장 자산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만큼, 추가로 확보되는 자본을 어디에 배분할지가 향후 자본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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