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유니슨이 독일계 중국기업 벤시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해상 풍력터빈 원천기술을 확보, 풍력 토탈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이정표를 세웠다. 다만 중국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시장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장기적으로는 풍력단지 건설비인 카펙스(CAPEX)를 낮춰 해상 풍력터빈 수주 전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중장기 비전도 안갯속에 갇힌 형국이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유니슨은 2조2000억원 규모의 한빛해상풍력(340MW) 프로젝트에 13.6MW급 해상 풍력터빈 25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시행사인 명운산업개발은 유니슨의 최대주주이며 설계·조달·시공(EPC)사로 참여하는 삼해이앤씨는 자매회사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약 5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니슨이 생산하는 13.6MW급 해상 풍력터빈에 대한 원천기술은 독일계 중국기업 벤시스를 통해 수급된다. 양사는 이번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향후 15MW급 초대형 터빈 생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벤시스는 2000년 독일 기어리스 기술을 토대로 설립된 업체지만 2008년 중국 최대 풍력기업 골드윈드(지분 70%)에 인수됐다. 골드윈드의 기술개발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벤시스는 풍력터빈 제조보다는 기술 라이선스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현재 유니슨은 10MW급 해상 풍력터빈을 자체 개발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실상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력터빈의 정격출력 자체도 문제지만 국내 공급망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일수록 CAPEX 측면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벤시스와의 협업은 해외시장에서 베스타스, 지멘스 등 메이저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유니슨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유니슨이 향후 벤시스에 지분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소식까지 전해진다. 설계 라이선스와 핵심 원천기술이 골드윈드와 벤시스에 종속돼 유니슨은 향후 단순히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벤더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단기 매출과 트랙레코드를 위해 기술 자립과 국산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풍력시장은 공공트랙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망 기여도 등 비가격 지표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향후에는 국산화율과 운영·유지비(OPEX)가 해상 풍력터빈 수주전의 당락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계적으로 풍력터빈의 정격출력을 높여가며 10MW 기준 국산화율 70%를 달성한 두산에너빌리티와 비교하면 유니슨은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중국산 풍력터빈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풍력타워 및 핵심 부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골드윈드의 정부 보조금 수령 여부 및 단일 시장 왜곡 혐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풍력업체들도 중남미나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 경우 유니슨의 유럽과 북미시장 공략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 회사는 과거 북미시장에서 다수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며 선전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 유니슨은 2022년 239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 북미 매출 비중은 전체 32.8%로 내수(64.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시장 관계자는 “유니슨이 벤시스와 기술 제휴를 통해 단기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국산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면서도 “원천기술을 중국업체에만 의존할 경우 이번 협력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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