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하나은행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외형을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늘어난 기업대출 약 7조9000억원 가운데 60%가 중소기업에 공급됐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SOHO) 대출에서는 부동산 담보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추고 보증서 활용도를 높여 차주 부실에 따른 손실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를 갖췄다. 기업대출 확대와 함께 연체율이 오르고 고정이하여신(NPL)비율 상승폭도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크게 나타난 만큼 건전성 관리가 향후 과제로 떠올랐다.
14일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184조1570억원으로 지난해 말(176조2320억원)보다 4.5% 증가했으며, 전분기(179조4580억원) 대비로는 2.6%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율만 놓고 보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3.4%, 신한은행은 2.8%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증가율은 농협은행(4.5%)과 같은 수준이며 우리은행(4.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증가율은 대기업 대출이 높았지만 실제 공급된 자금의 절대 규모는 중소기업이 더 컸다.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10.1%(2조9950억원) 증가한 32조655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3.3%(4조7540억원) 늘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 7조9250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이 약 60.0%를 차지한 셈이다. 대기업 증가분의 비중은 약 37.8%였다. KB국민은행이 상반기 기업대출 순증액의 60% 이상을 대기업 여신에서 늘린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하나은행 기업여신의 또 다른 특징은 높은 중소기업 비중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안팎에 이른다. 국민은행(75.9%)과 신한은행(76.5%), 우리은행(66.2%)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기업여신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경기 둔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용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중요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과 SOHO 대출에서 담보와 보증을 활용해 차주 부실 발생 시 손실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과 SOHO 대출 내 담보 비중은 각각 85.0%, 83.7% 수준으로 집계됐다.
담보 비중 자체는 다른 은행보다 높지 않다. 차이는 담보의 구성에서 나타난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의 85%, SOHO 대출의 91%를 담보로 취급하고 있으며 부동산 비중은 각각 69%, 80%에 달했다. 우리은행 역시 중소기업과 SOHO 대출의 총담보 비중이 각각 90.0%, 95.1%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각각 74.0%, 81.4%였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과 SOHO 대출의 부동산 담보 비중을 각각 67.5%, 69.4%로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보증서 비중을 15% 안팎으로 가져가고 있다. 다른 은행보다 부동산 담보 의존도를 낮추고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용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부동산 담보는 대출 시점보다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데다 현금화 절차가 복잡하다.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증가나 가격 급락 등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담보가치가 하락하면서 은행의 손실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달리 보증서 대출은 차주가 부실화될 경우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보증 범위 내에서 대위변제에 나서기 때문에 은행이 부담하는 최종 손실 위험을 일부 낮출 수 있다. 보증서가 차주의 연체나 NPL 발생 자체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부실이 실제 손실로 이어질 때 은행이 떠안는 부담을 줄이는 안전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에서는 차주 부실 위험이 높아지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총연체율은 0.40%로 지난해 말(0.32%) 대비 0.08%p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04%p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0.11%p 올랐다.
기업 차주 가운데서는 중소법인의 연체율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중소법인 연체율은 0.14%p 오르며 전체 차주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액의 60%를 중소기업이 차지한 상황에서 중소법인의 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NPL비율도 다른 시중은행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NPL비율은 0.48%로 지난해 말(0.35%) 대비 0.13%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0.28%로 변동이 없었으며 신한은행은 0.28%에서 0.31%로 0.03%p, 농협은행은 0.49%에서 0.52%로 0.03%p 올랐다. 우리은행은 0.31%에서 0.39%로 0.08%p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NPL비율 상승폭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보증서 활용도가 높은 포트폴리오와 NPL비율 상승은 서로 상충하는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보증은 차주 부실 발생 자체를 막기보다 부실이 현실화됐을 때 은행의 최종 손실을 줄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신규 부실을 관리하는 동시에 보증을 통해 실제 신용비용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NPL비율 상승을 중소기업 포트폴리오만의 문제로 해석하기 어려운 변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중앙그룹(JTBC·콘텐트리중앙 등)의 주채권은행이다. 관련 대출잔액이 3070억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으며 2분기 관련 충당금도 보수적으로 반영했다. 중앙그룹 관련 익스포저가 하나은행의 건전성 부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NPL비율 상승의 원인을 중소기업·SOHO 여신 확대와 직접 연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액의 60%를 중소기업에 공급하면서 중소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고, 부동산 담보보다 보증서를 적극 활용해 차주 부실이 실제 손실로 전이되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구조도 갖췄다. 반면 기업 연체율과 NPL비율이 함께 상승하면서 자산건전성 관리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생산적·포용금융 확대를 주문하는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이어가면서 신용비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기업금융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그룹 관련 익스포저의 추가 손실 여부와 중소기업 연체율 흐름에 따라 충당금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향후 수익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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