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1조원 규모의 두나무 지분 투자에도 보통주자본(CET1)비율 13% 방어선 사수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의 위험가중자산(RWA) 규제개편으로 확보한 자본 여력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본 소모를 대부분 흡수한 결과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연내 목표로 제시한 주주환원율 50% 달성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지난 6월 말 기준 RWA는 307조7800억원으로 지난해 말(288조9390억원)보다 6.5%(18조8410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신용RWA(대출이나 채권 등 거래상대방의 부도 위험 반영)와 시장RWA(금리 및 환율 변동에서 발생하는 손실 위험), 운영RWA(내부통제 및 시스템 오류 등에서 발생하는 손실 위험) 등 세부 항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RWA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두나무 투자에 따른 신용RWA 확대가 꼽힌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원에 취득했다. 현행 바젤Ⅲ 규제는 비상장주식 투자에 250%의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이를 감안하면 두나무 투자로 늘어난 신용RWA는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CET1비율은 약 11bp(0.11%포인트) 하락하는 자본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원화 약세에 따른 시장RWA 증가 압력과 경상적인 자산 성장까지 겹치면서 CET1비율에는 추가적인 하방 압력이 발생했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값으로, RWA가 증가할수록 자본비율은 낮아진다.
하나금융이 CET1비율 방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주주환원 정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 13%를 핵심 관리 기준선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웃도는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룹은 현재 CET1비율을 13~13.5% 구간에서 유지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RWA 관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같은 자본 소모 요인에도 CET1비율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의 수정 CET1비율은 올해 1분기 말 13.23%에서 2분기 말 13.21%로 2bp 하락하는 데 그쳤다.
CET1비율 하락폭을 최소화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RWA 규제개편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일부를 리스크 산출 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적 외환포지션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하나금융은 이번 규제개편의 대표적인 수혜 금융지주로 꼽힌다.
실제 규제개편 효과는 CET1비율에서 확인됐다. 하나금융의 당초 올해 1분기 CET1비율은 13.11%였지만, 구조적 외환포지션 인정 확대가 반영되면서 수정 CET1비율은 13.23%로 12bp 상승했다.
이는 두나무 투자로 발생한 자본 소모를 사실상 상쇄한 수준이다. 앞서 두나무 지분 취득으로 발생한 CET1 하락 요인은 약 11bp로 추산된다. 규제개편으로 확보한 자본 여력(+12bp)이 투자에 따른 자본 감소(-11bp)를 대부분 흡수하면서 CET1비율을 13% 이상에서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일반적인 자산 성장에 따른 RWA 증가가 반영되면서 최종 CET1비율은 전분기보다 2bp 하락한 13.21%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환율과 두나무 지분투자를 제외한 경상적인 RWA 증가분은 지난해 말 대비 4%(11조5580억원) 수준이다. 규제개편 효과가 없었다면 CET1비율이 13% 아래로 내려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개편으로 확보한 자본 여력은 주주환원 확대의 기반으로도 이어졌다. 하나금융은 주주환원율 산식을 '1-(RWA성장률/자기자본이익률(ROE))'로 제시하고 있다. 주주환원율을 높이려면 RWA 성장률은 낮게 관리하고 ROE는 높게 유지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RWA 성장률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4%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4일 열린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나금융의 기본 ROE는 10~11%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RWA성장률은 명목 GDP성장률 수준으로 잡고 있다"며 "실질적인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ROE도 함께 개선되는 만큼 향후 주주환원율은 ROE와 RWA성장률에 연동돼 안정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편으로 확보한 자본 여력은 하나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연내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CET1비율 13% 방어선을 유지하면서 주주환원에 활용할 잉여자본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3분기 중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올해 누적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연말 현금배당까지 더해 연간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 역시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올해 총 주주환원율은 50% 수준으로 예상하며 주주환원 수익률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4분기 추가 자사주 매입 발표가 예상되는 만큼 연간 주주환원율은 5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RWA 규제개편이 하나금융의 자본비율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두나무 투자와 같은 대규모 자본 소모 이벤트에도 CET1비율 13%를 유지하면서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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