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약 17조원 규모의 인천시 재정을 관리하는 시금고 운영권을 두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다시 맞붙는다. 20년간 인천시 제1금고를 맡아온 신한은행은 운영 경험과 전산 안정성을 앞세워 수성에 나서고, 오는 9월 청라국제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하나은행은 '인천 금융회사'라는 상징성과 지역 밀착성을 무기로 장기 집권에 도전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이르면 이달 말 차기 시금고 지정 공고를 내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제안서 접수와 금고지정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8월 중 차기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약정 기간은 2027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4년이다.
인천시금고는 일반회계와 공기업특별회계, 기금 등을 관리하는 제1금고와 기타 특별회계를 맡는 제2금고로 나뉜다. 제1금고의 관리 규모는 연간 약 15조원, 제2금고는 약 2조원으로 전체 재정 규모는 17조원에 이른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금고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로 평가된다.
이번 공모의 관심은 제1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과 도전자 하나은행의 경쟁에 집중된다. 인천시금고 체제가 2007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일반회계 등을 담당하는 제1금고를, NH농협은행이 제2금고를 각각 맡아왔으며 현재 계약은 올해 말 종료된다. 하나은행은 2018년과 2022년에도 제1금고에 도전했지만 신한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한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20년간 축적한 운영 경험이다. 장기간 인천시의 세입·세출과 기금 자금을 관리하며 금고 업무에 필요한 전산체계와 수납 인프라, 시 행정과의 업무 연계 구조를 구축해왔다. 사업자가 바뀔 경우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방어 논리다. 기존 운영 실적과 전산 안정성은 금고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지역 영업망 역시 신한은행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인천 본청뿐 아니라 중구·동구·미추홀구 등 다수의 구금고를 맡고 있다. 본청과 기초자치단체 금고를 함께 운영하며 구축한 공공금융 네트워크와 시민 이용 편의성도 이번 심사에서 차별화 요소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 제1·2금고 운영권을 모두 재확보한 점도 신한은행에는 우호적인 요소다. 대규모 지방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과 전산 시스템의 신뢰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이 예정된 상황에서 사업자 교체보다 운영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논리도 함께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이 꺼내 든 카드는 '청라 본사 이전'이다. 하나금융은 오는 9월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주요 관계사를 청라 그룹헤드쿼터로 순차 이전할 예정이다. 약 2200명의 임직원이 청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입찰과 달리 그룹 핵심 의사결정 조직이 인천에 자리 잡게 되면서 지역 연계성과 지역경제 기여도를 한층 강하게 내세울 수 있게 됐다.
그간 하나은행은 통합데이터센터와 글로벌캠퍼스를 차례로 청라에 구축하며 인천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이번 본사 이전으로 지역 고용과 세수, 금융 인프라 확충에 대한 기여도까지 강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역사회 기여도가 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포함되는 만큼 본사 이전은 상징성을 넘어 실제 심사 과정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하나은행은 이미 청라가 속한 인천 서구의 구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인천 서구는 2023년 하나은행을 구금고 운영 금융기관으로 선정했다. 하나은행은 각종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유가증권의 출납·보관 등을 맡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금고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재정 관리 역량을 이미 입증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평가기준 변화도 경쟁의 변수로 꼽힌다. 인천시의회는 최근 금고 지정 평가항목과 세부 기준을 손질하는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재무구조, 예금·대출금리, 주민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이 주요 심사 항목이다. 이에 따라 금리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사회 기여도와 공공금융 수행 역량이 이전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평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20년 운영 경험'을 앞세운 신한은행과 '지역 금융회사'라는 상징성을 확보한 하나은행 가운데 어느 쪽이 평가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느냐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인천시 제1금고는 사실상 신한은행의 텃밭으로 인식됐지만 하나은행의 청라 이전 결정으로 경쟁 구도가 이전과 달라졌다”며 “신한은행의 오랜 운영 경험과 하나은행의 지역 밀착성이 맞붙는 구도인 만큼 이번에는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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