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갤럭시 S26 시리즈의 호조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로 외형은 유지했지만 메모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무너졌다. 제품을 더 팔아도 남는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에 빠진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원가 부담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출하량 확대보다 부품 조달과 비용 집행 전반을 손질하는 경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은 올해 2분기 48조원의 매출과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DX부문이 출범한 후 첫 분기 적자다.
앞서 DX부문이 기록한 최저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조3000억원이었다. 당시 모바일경험(MX)부문은 4분기가 통상 스마트폰 비수기인 만큼 매출도 직전 분기 33조5000억원에서 28조3000억원으로 16% 감소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TV·생활가전(VD·DA)부문 역시 TV 성수기를 맞아 매출은 증가했지만 연말 할인 경쟁과 마케팅 비용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외형 성장이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 게다가 글로벌 관세 부담이 수익성을 끌어내리면서 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가전이 발목을 잡았다면 올해 2분기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특히 DX부문을 지탱하던 MX부문이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올해 2분기 MX부문은 매출 32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7000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VD·DA부문 역시 10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손실 규모에서 MX부문의 수익성이 더 무너졌다.
이는 모바일 D램을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제조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와 A시리즈 판매 호조에 힘입어 MX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28조3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2조3000억원으로 약 14% 증가했다. 그러나 메모리 등 부품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과 판매량 증가만으로 상쇄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DS부문은 호황을 누린 반면 메모리를 주요 부품으로 사용하는 MX부문은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VD·DA부문 역시 저조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했지만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프리미엄·AI 제품 판매 확대만으로 부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방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DS)부문과 DX부문 간 실적 격차도 올해 들어 빠르게 벌어졌다.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DX부문은 44조3000억원, DS부문은 44조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올해 2분기에는 DX부문이 48조원에 그친 반면 DS부문은 127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4분기 DX부문 1조3000억원, DS부문 16조4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에는 DX부문이 8000억원 적자로 돌아선 반면 DS부문은 89조2000억원을 기록해 격차가 한층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DX부문의 수익성 부진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MX부문은 갤럭시 Z8 시리즈 출시 효과로 매출과 판매량이 늘더라도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플래그십 제품의 흥행과 시장점유율 방어도 중요한 만큼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판매량 확대에도 제품당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꼽힌다.
VD·DA부문의 전망도 밝지 않다. TV와 생활가전은 스마트폰보다 교체 주기가 길고 경기와 소비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I TV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방어한다는 방침이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MX부문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신제품 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것인지가 변수지만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영업적자를 감수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VD·DA 부문의 경우 2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출하량을 늘리는 것보다 공급망 다변화 등 경영 체질 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원가 상승 국면에서는 판매량이 늘어도 제품 한 대당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부품 조달과 판매·운영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인력 효율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MX·VD·DA사업부 소속 시니어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교육과 평가를 거쳐 다른 업무로 이동시키는 직무 재배치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희망퇴직 보상 조건도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중국 본토에서 TV와 생활가전 판매를 중단하며 저수익 시장 정리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모바일과 반도체, AI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인력 효율화와 저수익 사업 정리를 병행해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DX부문의 경영 체질을 바꾸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DX부문의 과제는 판매량 확대가 아니라 수익성 회복"이라며 "원가 상승을 이유로만 돌리기보다 제품별 가격 전략과 부품 조달, 비용 집행을 철저히 관리해 시장점유율과 이익을 동시에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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