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영국 런던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템스강과 도심 곳곳을 달리는 러너들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강변을 따라 홀로 뛰는 사람도 있었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무리를 지어 도심을 가로지르는 러너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도 최근 러닝이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도심 한복판을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런던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자 러닝 열풍이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기자 역시 최근 취미의 범위를 등산에서 러닝으로 넓히고 있다. 첫 러닝은 경복궁역 인근에서 강아지 모양의 코스를 따라 달리는 이른바 '댕댕런'이었다. 당시에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헐떡이며 뛰었다. 어떻게든 완주는 했지만 달리는 동안 몸이 얼마나 무리하고 있는지, 자세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 방법은 없었다. 기록은 남았지만 코칭은 없었던 셈이다.
이에 기자도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서 갤럭시 워치9을 착용하고 러닝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달린 코스는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약 2㎞ 구간이었다. 관광객과 산책객 사이로 러너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가운데 기자도 손목의 워치 화면에서 달리기를 선택하고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목표는 단순했다. 페이스가 느리더라도 중간에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출발 직후 계획은 금세 흔들렸다. 옆에서 달리던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초반부터 속도를 높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손목에서 알림이 울렸다. "현재 페이스가 목표보다 빠릅니다. 속도를 늦추세요." 기자가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도 전에 갤럭시 워치9이 먼저 알아챈 것이다. 초반부터 무작정 내달리던 속도를 낮추자 호흡이 조금씩 안정됐다. 단순히 이동 거리와 시간을 재는 게 아니라 달리는 도중에도 현재 상태를 살피며 속도를 조절해주는 코치와 함께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달리는 중간에는 '영양 섭취 알림'도 화면에 나타났다. 운동 중 부족해질 수 있는 수분을 보충하도록 안내하는 기능이다. 사용자의 체중과 땀 손실량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날처럼 2㎞ 안팎의 짧은 러닝에서는 체감이 크지 않았지만, 장거리 마라톤이나 덥고 습한 날씨에 달릴 때에는 페이스 조절만큼이나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정신없이 호수를 한 바퀴 돈 후 워치에서 달리기를 종료하자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각종 기록이 화면에 쏟아졌다. 총거리는 2.23㎞, 시간은 16분17초였다. 평균 페이스는 1㎞당 6분58초, 소모 열량은 172㎉로 나타났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지만 숫자만 보면 생각보다 안정적인 기록이었다.
화면을 아래로 내리자 단순한 거리와 시간보다 더 구체적인 지표들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심박수 구간(HR Zone)이었다. 심박수 구간은 사용자의 최대 심박수와 안정 시 심박수를 기준으로 운동 강도를 나눠 보여주는 기능이다. 가벼운 운동 단계인 존1부터 고강도 운동인 존5까지 구분되는데, 기자는 존2에 머문 시간이 가장 길었다. 달리는 동안에는 숨이 차 상당히 힘들다고 느꼈지만, 실제 심박수 기준으로는 비교적 가벼운 강도의 운동을 오래 유지한 셈이었다. 체감과 수치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러닝 페이스에서는 최고 페이스와 평균 페이스를 나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러닝 페이스는 1㎞를 주파하는 데 걸린 시간을 의미한다. 기록만 놓고 보면 초반에 속도를 지나치게 끌어올렸다가 뒤로 갈수록 페이스가 낮아진 흐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워치가 속도를 늦추라고 경고한 이유가 숫자로 다시 드러난 셈이다.
가장 흥미로운 기능은 러닝 자세 분석이었다. 갤럭시 워치9은 ▲좌우 비대칭 정도 ▲지면 접촉 시간 ▲체공 시간 ▲규칙성 ▲수직 진폭 ▲강성 등을 러닝 지표로 제시했다. 기자는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는 규칙성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달릴 때 몸이 충격을 받아들이고 지면을 밀어내는 힘과 관련된 강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그동안 기자에게 달리기는 단순히 숨이 찰 때까지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에 가까웠다. 그러나 워치 화면에 직접 보거나 느끼기 어려웠던 달리기 습관이 수치로 드러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운동 퍼포먼스 항목에서는 최대산소섭취량(VO2 Max)도 확인할 수 있었다. VO2 Max는 1분 동안 체중 1㎏당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뜻한다. 심장과 폐, 근육이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고 에너지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유산소 운동 능력이 좋다는 의미다. 기자의 측정값은 45.1로 '양호' 평가를 받았다. 달리기 자세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초적인 심폐 능력은 나쁘지 않다는 결과였다. 막연히 '달리기를 못한다'고 생각했던 기자에게 잘하는 부분과 보완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나눠 보여준 것이다.
운동을 마친 뒤 갤럭시 워치9과 연동된 갤럭시 폴드8을 펼치자 분석 범위는 더 넓어졌다. 러닝 기록을 기반으로 신체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신체 체력 지수'를 확인할 수 있었고, 운동 이후에는 하루 동안 감당할 수 있는 운동량을 제시하는 '일일 유산소 부하'도 나타났다. 최근 운동량과 회복 상태를 반영해 무리한 운동을 피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한 번 많이 뛰는 것보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달리도록 안내한다는 점에서 초보 러너에게 특히 필요한 기능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갤럭시 워치9을 차고 2㎞가량 달렸을 뿐인데, 손목에는 예상보다 많은 정보가 남았다. 속도를 지나치게 높였던 순간부터 심박수 변화, 자세의 균형, 체공 시간, 심폐 능력까지 짧은 러닝 속 움직임이 세분화돼 기록됐다. 갤럭시 워치9는 그 짧은 시간에도 기자가 어떻게 달렸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완주 여부만 기억에 남았던 첫 러닝과 달리 이번에는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남았다.
기자처럼 이제 막 러닝을 취미로 시작한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자신의 수준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변 러너를 따라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천천히 달리기 쉽다. 자세가 잘못돼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 세인트 제임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갤럭시 워치9은 기록계보다 코치에 가까웠다. 손목 위 작은 화면이 '얼마나 달렸는지'를 넘어 '어떻게 달렸는지'까지 알려주면서 다음에는 더 잘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