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최근 범용 D램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SK하이닉스의 평균 D램 판매가격(ASP) 상승폭이 시장 기대보다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중이 높은 제품 구성이 범용 D램 가격 급등 효과를 평균 판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2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범용 D램 가격 상승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반대로 차세대 HBM 가격 협상에서는 가격 인상 논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DDR5를 중심으로 한 범용 D램 가격은 공급 조정과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 영향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범용 D램은 시장 수급 변화가 고정거래가격과 현물가격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다.
반면 HBM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LTA)을 기반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비중이 높아 단기간에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D램 제품군이지만 가격 상승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 같은 가격 구조는 HBM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의 제품 믹스에서 더 두드러진다. 범용 D램 가격이 빠르게 오르더라도 회사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평균 판가에는 상승 효과가 일부만 반영된다. 즉 급등하는 범용 D램보다 장기 계약으로 판매되는 HBM 비중이 높아 평균값이 희석되는 구조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일반 D램 가격 상승폭이 경쟁사들보다 낮은 편”이라며 “다만 HBM을 필두로 한 고사양 D램 중심의 제품 믹스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LS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범용 D램 ASP는 1분기 기가바이트(GB)당 9.3달러에서 2분기 13달러로 약 40% 상승했지만 HBM ASP는 같은 기간 12.8달러에서 14.3달러로 약 12% 오르는 데 그쳤다. HBM이 절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가격 상승 속도는 범용 D램보다 완만했던 셈이다.
HBM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범용 D램 급등 효과가 평균 ASP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IBK투자증권 역시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ASP 상승률을 전분기 대비 32%로 추정하며 최근 범용 D램 고정가격 상승률보다 낮은 배경으로 HBM 중심의 제품 구성을 꼽았다.
반대로 범용 D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는 최근 DDR5 가격 상승 효과를 평균 D램 ASP에 더 크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이에 최근 메모리 가격 흐름이 과거처럼 HBM만으로 실적을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HBM 가격 상승이 평균 ASP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범용 D램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제품 구성에 따른 실적 차이가 이전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보다 HBM 매출 비중이 높아 범용 D램 가격 급등에도 평균 D램 ASP 상승률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현대차증권,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60조4000억원, 62조원, 62조4000억원, 62조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각 증권사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의 50% 전후를 장기공급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안정성을 더하는 동시에 조달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투기적 수요로의 노출은 축소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HBM 경쟁력 약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거론된다. HBM은 여전히 메모리 업체의 핵심 수익원이며 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라 중장기 성장성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범용 D램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HBM 생산의 기회비용도 함께 높아진 만큼 올해 말 진행될 HBM4 가격 협상에서는 가격 인상 논리가 이전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평균 D램 ASP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HBM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가격 상승폭 둔화가 1년 이내에 제품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는 패턴은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맺고 있는 장기 계약은 현재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계약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이행 관련 조항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의 가시성도 아주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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