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확대와 함께 일본 어드반테스트가 주도해 온 웨이퍼 테스트 장비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는 기존 D램용 검사장비를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국내 업체들이 생산량 급증을 계기로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HBM4부터는 전용 장비 시장까지 확대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HBM 검사 방식 자체가 바뀌면서 장비 경쟁도 범용 D램 장비에서 HBM 전용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BM 초기 시장에서는 대부분 기존 D램용 웨이퍼 테스트 장비를 활용하는 방식이 쓰였다. 당시에는 생산량이 많지 않았고 일부 샘플링 검사 방식이 활용되면서 기존 장비를 HBM에 맞게 세팅해 사용하는 수준으로도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웨이퍼 테스트 시장도 일본 어드반테스트가 사실상 주도했고 국내 업체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검사장비를 공급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HBM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품질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수검사가 기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검사 물량이 폭증하면서 기존 장비만으로는 생산성을 맞추기 어려워졌고 그 틈을 국내 검사장비 업체들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일부 샘플링 검사만 했고 기존 D램용 장비를 세팅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하지만 전수 검사가 원래 기본값인 데다 AI 시장이 커지면서 검사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HBM4부터는 처음부터 HBM 전용 웨이퍼 테스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HBM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D램·낸드 검사장비 경험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기존 범용 메모리 검사장비를 기반으로 HBM 검사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 초기 시장에 대응했고 생산량 증가와 함께 전용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다만 HBM4부터는 기존 D램 검사장비를 활용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다이를 적층한 상태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만큼 일반 D램보다 장비에 요구되는 전류와 출력이 훨씬 크다. 기존 D램 장비로도 검사는 가능하지만 출력이 부족하면 테스트 시간을 늘리거나 여러 차례 나눠 검사해야 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HBM4를 기점으로 전용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여러 개의 다이를 쌓은 상태에서 검사하기 때문에 장비에 요구되는 전력과 출력이 일반 D램보다 훨씬 높다”며 “기존 장비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테스트 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HBM 전용 장비는 높은 출력뿐 아니라 HBM 검사에 맞는 사양만 적용할 수 있어 처리량과 효율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의 역할 확대는 실제 공급 계약에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에서는 디아이 자회사 디지털프론티어가 올해 1월과 3월 각각 998억원, 963억원의 HBM4 웨이퍼 테스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유니테스트도 올해 5월 292억원, 7월 227억원의 HBM4 웨이퍼 테스터를 잇달아 수주하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급망에서는 와이씨가 반도체 검사장비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삼성전자와 930억원 규모의 반도체 검사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계약 역시 고객사 요청에 따라 납품 일정이 연장되는 등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 와이씨는 삼성전자가 올해 3월말 기준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관계가 형성돼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와이씨를 중심으로 검사장비 공급망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어드반테스트와 공급을 분담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실제 HBM3까지는 기존 D램용 장비를 활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이는 과도기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기존 장비를 활용해 물량을 우선 맞춘 측면이 있었고 장기적으로는 처음부터 HBM 전용 장비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장비업체들도 기존 범용 플랫폼을 일부 개량하는 수준을 넘어 HBM 전용 플랫폼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기존 D램 장비를 HBM에 맞게 적용해 사용했지만 어디까지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한 대응이었다”며 “앞으로는 HBM 전용 장비가 기본이 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