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기관투자가(LP)들 이름이 잇따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공제회를 특정 지역으로 옮긴다는 출처 불명의 문건까지 돌았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한국벤처투자는 물론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관련 LP들의 지방 이전 이야기를 미팅 때 마다 듣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전 대상과 지역이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동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현실에서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정부의 문제의식은 이해할 만하다. 특히 대형 LP가 지방으로 내려가면 자금을 위탁받는 운용사(GP)도 뒤따를 것이라는 구상 역시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다만 정책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실제 효과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지역 운용사에 자산 배분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서울에 있는 운용사들도 움직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돈이 움직이면 금융회사와 전문인력도 움직이고, 지역에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최근 금융그룹들이 전북혁신도시에 자산운용과 증권, 수탁 기능을 갖춘 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국민연금 이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나금융은 전북에 자본시장 기능을 모은 센터를 만들고 초기 150여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거점 설치와 본점 이전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는 400곳이 넘지만 전주에 본사를 둔 곳은 한 곳도 없다. 일부 운용사가 연락사무소를 열었을 뿐이다. 국내 최대 LP가 먼저 내려갔는데도 GP의 본점은 좀처럼 따라가지 않고 있다.
GP는 LP만 바라보고 움직일 수 없다. 그들은 LP외에도 투자기업을 발굴하고 공동투자자를 만나야 한다. 증권사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회수와 자문을 담당할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심사역을 채용할 인력시장도 갖춰져야 한다. LP 한 곳과 가까워지는 대신 투자 생태계 전체와 멀어진다면 본점을 옮길 이유가 없다.
이전을 추진한다면 기관별 성격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연기금이고,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를 통해 GP를 선정하고 자금을 배분하는 정책 LP다. 공제회는 회원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민간 자조기구여서 각 기관을 동일한 잣대로 이전시키긴 힘들다.
정책 LP의 경우 본점을 옮기는 것보다 출자 조건을 바꾸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에서 인력을 뽑고 기업에 실제 투자한 GP에 출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반면 국민연금과 공제회는 가입자와 회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지역 가점이 운용 능력과 수익성을 앞서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은 단순히 기관을 지도 위에서 옮기는 행정 작업으로 머물러선 곤란하다. 기업과 사람, 자본이 지역에 머물 경제적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LP가 내려간다고 GP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GP는 LP의 주소가 아니라 출자 가능성과 투자 기회를 좇을 뿐이다. 정부가 정말 자본의 지도를 바꾸고 싶다면 기관의 간판보다 먼저 출자 환경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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