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현대건설이 시공사의 틀을 넘어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주택과 일반 플랜트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미래 에너지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에너지 전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프로젝트 기획부터 금융조달, 설계, 시공, 운영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기존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수소·암모니아, 송변전, 전력중개거래,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같은 전략이 단순한 청사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에너지 중심 재편 흐름이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현대건설의 1분기 사업부문별 매출은 건축·주택 국내사업이 2조7528억원으로 전체의 43.3%를 차지하며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유지했다. 다만 플랜트·뉴에너지 부문 역시 국내 5801억원, 해외 1조7379억원 등 총 2조318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매출의 36.5%를 차지했다. 토목부문까지 포함하면 주택 외 인프라와 에너지 사업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단순 주택사업 중심 건설사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산업 인프라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 구분 자체도 달라졌다. 분기보고서에서 현대건설은 뉴에너지 부문을 대형원전과 차세대 원전, 송변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독립 축으로 설명했다. 원자력과 SMR을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실현할 미래 사업으로 규정하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했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에너지 전략의 핵심 연결고리다. 현대건설은 보고서에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IT Load 64MW, 수전용량 100M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전력사용효율(PUE) 1.3을 구현한 에너지 효율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미래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데이터센터를 단순 건축상품이 아닌 원전과 결합한 사업모델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공급하는 원전과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SMR과 수소·암모니아, CCUS, 송변전, 전력중개거래까지 연계해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운송·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사업영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방향은 최근 현대건설이 추진하는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원전과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한 'H-Road'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핀란드 신규 원전 사업, 미국 태양광 프로젝트, 블루수소 실증시설 등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ESG를 규제 대응이나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라 미래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전력 인프라를 함께 공급하는 사업모델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이 '에너지 전환 리더'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AI 사용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에 맞춰 관련 사업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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