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SK하이닉스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입성했다. 티커명은 'SKHY'다.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회사는 이번 상장으로 최대 40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액 시설 투자에 투입하며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계산이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복안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10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했다. 이날 상장식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으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자리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로 제출하며 미국 증시 상장 준비에 나섰다. 이후 공시를 통해 ADR 발행과 나스닥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ADR 발행 방식은 신주 기반의 예탁증서(DR) 발행으로, 총 1779만주를 발행한다. 공모가는 224만9751원(149달러)으로 확정됐으며, 공모를 통해 총 40조230억원(265억700만달러)을 조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달러 규모 기업공개(IPO)를 넘어선 수준으로,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ADR은 해외 기업이 자사 주식을 해외 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DR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미국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까지 주주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 유동성과 인지도가 높아지면 향후 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 미국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 전액을 시설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조달 자금을 시설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결국 생산능력에서 갈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장비 반입, 수율 안정화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수요가 현실화된 뒤 투자에 나서면 공급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공사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Y1)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고,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차세대 공정 설비 확보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이미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본격화한 상태다. 팹 건설과 첨단 장비 도입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이번 공모 자금이 투자 속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총 4개의 팹이 들어설 예정이며, 전체 투자액은 600조원으로 전망된다. P&T7 팹 건설에는 약 19조원을 들일 예정이다. EUV 장비의 경우 지난 3월 네덜란드 ASML로부터 11조9496억원을 들여 신규 장비 20여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장비 도입은 2027년 12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차세대 D램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청주 패키징 공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 병목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된다. 미국 투자자들이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유입과 거래 활성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음에도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용받아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AI 메모리 경쟁력과 성장성을 직접 평가받고, 국내 주식과 ADR의 기업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된다"며 "향후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이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주식의 희소 가치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회장은 오는 12일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중장기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도 갖는다.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자본시장에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 방향을 직접 알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한국시간 12일 오후 10시) 시장조사업체 퓨처럼그룹의 다니엘 뉴먼 대표가 진행하는 '더 식스 파이브'에 출연해 AI 시대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 SK하이닉스의 전략 등에 관해 대담할 예정이다. 이날 대담에서는 AI 시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화와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전쟁,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시장 전망 등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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