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추진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 가치의 재평가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미국 증시입성 이후 글로벌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 등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ADR 상장이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경영 투명성과 자본 정책을 제시해야 멀티플 재평가 효과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24일 ADR 공모와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신주는 다음 달 10일미국 나스닥 시장에 예탁증서(DR)가 먼저 상장돼 거래가 개시되며, 자금 납입을 거쳐 보통주 신주는다음 달 29일 최종 상장될 예정이다. 다만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ADR 발행은 기존 자사주를 ADR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신주를 발행한 뒤, 이를 해외 기관에 예탁하고 해당 주식을 기초로 ADR을 발행하는 구조다.신주의 최대 발행 한도는 보통주 1779만주로, 발행 총액은 공시 제출 전일인지난 23일 종가 255만5000원 기준 45조4534억원이다.
회사는 이번 ADR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현재 공사 중인 용인 클러스터1기 팹과 청주의 첨단 패키징 팹인P&T7건설, 극자외선(EUV) 장비 투자 등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SK하이닉스의 이번 ADR 나스닥 상장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이자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대표주인 마이크론 대비현저히 낮은 멀티플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국내주식시장의 한계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해 저평가 받고 있다는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6.6배에 불과하다.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주가를 향후 12개월 동안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이는 글로벌 테크 종목의 기본 배수로 여겨지는 10배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와 거의 같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하는 마이크론은 시장에서 미래 예상 이익 기준 PER 10배 이상을 인정받고 있으며,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PER 20배를 적용받는다.
SK하이닉스는 수익성 관련 주요 지표에서 마이크론을 능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은 52조5763억원, 영업이익은 37조6103억원인 반면 마이크론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8억달러(약 33조원), 161억달러(약 25조원)로나타났다. 이에 ADR 발행은 SK하이닉스의 실적 체급에 걸맞은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와 멀티플 재평가를 이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 편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PHLX는 글로벌 반도체 대표주가 포함된 미국 반도체 섹터의 대표 지수로, 이를 추종하는 ETF와 패시브 자금이 적지 않아 편입될 경우 할인 요인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경엽 씨지엘경제연구원장은 "최근 한국 주식 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그럼에도 코리안 디스카운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었다"며 "ADR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 기업 가치 재평가 등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ADR 상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미국 증시 입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환원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 작업으로보인다. 미국 증시에 ADR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개선할 법적 의무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지분 확대, 글로벌 인덱스 편입 등을 고려했을 때 관련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ADR 발행 후인 올해 4분기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실행 방식은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며 "ADR을 상장한 후 나스닥100, PHLX 등 주요 인덱스에 편입하려면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중 주주 가치 관련 요소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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