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 변화를 겪어온 기업 중 하나다. 창업자와 최대주주 간 갈등, 실소유주 논란, 오너·사법 리스크는 오랜 기간 기업가치 할인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비덴트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이정훈 의장 측이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빗썸 지배구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업가치 재평가와 IPO 재추진의 계기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빗썸의 지배구조 변화가 기업가치와 성장 전략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최근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내부통제와 규제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덴트 리스크 완화와 이정훈 의장 중심의 지배력 정비가 이뤄지더라도 금융당국과 시장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기업가치 재평가와 기업공개(IPO),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빗썸을 둘러싼 관심은 '누가 지배하느냐'에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가치 재평가의 출발점이라면, 내부통제와 규제 준수 역량은 그 가치를 현실화하는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비덴트 리스크 완화와 지배구조 정비 움직임으로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오지급 사고부터 과징금까지…반복된 신뢰 훼손
그동안 빗썸은 여러 사건·사고를 겪으며 시장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2월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다. 당시 이벤트 보상 지급 과정에서 전산 입력 오류가 발생하면서 실제 지급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량이 일시 노출됐다. 빗썸은 즉시 거래와 출금을 제한하며 대부분의 물량을 회수했지만, 내부통제 체계에 대한 우려는 피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단순한 전산 사고 자체보다 이를 예방할 통제 체계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사고 이후 시장에서는 빗썸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로 이병호 빗썸 감사는 지난 4월 사업보고서 내부회계관리제도 평가 항목에서 “중요성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설계돼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며 ▲ 시스템 및 예산 분리 ▲ 정합성 상시 모니터링 ▲물리적 차단 ▲정책구조 개선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빗썸으로선 관련 준수 여부를 입증하기 전까진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한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규제 리스크도 이어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이 고객확인(KYC) 의무를 위반하고 일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한 사실 등을 적발해 368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과징금은 올해 1분기 실적에도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실제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할인요인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개인정보 이슈도 발생했다. 빗썸은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국외 이전 문제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시장 신뢰와 규제 준수 역량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빗썸이 참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른바 '패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별도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와 규제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배구조보다 중요한 건 신뢰 회복
시장에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정훈 의장 측은 DAA를 통해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홀딩스 일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며 경영권 주도권을 확보했다. 비덴트 역시 상장폐지 위기 속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년간 이어진 경영권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투자자와 금융권이 기업을 평가할 때는 지배구조뿐 아니라 내부통제 체계와 규제 준수 역량도 함께 살펴본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조건'이라면 신뢰 회복은 '충분조건'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사업 진출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협력 대상 거래소를 선정할 때도 보안과 내부통제 역량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힌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빗썸은 업계 2위 사업자라는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규제 리스크와 내부통제 문제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며 “투자자나 금융권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을 먼저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PO·투자유치의 전제조건도 신뢰
업계에서는 향후 빗썸의 IPO 추진이나 전략적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도 신뢰 회복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빗썸은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과 함께 IPO 재추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나 수익성보다 내부통제와 규제 대응 체계가 먼저 검증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거래소의 규제 준수 역량은 향후 기업가치와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IPO나 금융권 협력 확대 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및 신뢰 관계 구축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빗썸이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로 변모할 수 있는지 여부라는 평가다.
가상자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빗썸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오랫동안 지적받아 온 불확실성을 줄여가고 있다”며 “다만 IPO와 투자유치, 금융권 협력 확대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제는 신뢰 회복과 내부통제 강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이용자 보호와 내부통제 강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이용자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내부통제와 규제 준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보안과 이용자 보호 체계를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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