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페이스북에 ‘한국 금융은 왜 이토록 잔인한가’로 시작하는 금융의 구조 시리즈 글을 올렸을 때만 해도 포용금융은 하나의 문제의식에 가까웠다. 중저신용자를 향한 대출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화두였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화두는 제도로 옮겨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꾸리고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산업분과는 중저신용자 공급 확대와 금리단층 해소, 건전성 규제 합리화, 포용금융 평가체계 구축을 과제로 제시했다. 감독총괄분과는 포용금융최고책임자(CIFO) 도입과 검사·제재·면책 체계, 관련 법제화를 논의하고 있다.
금융권도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포용금융 공급 목표치를 세우고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한데 묶은 협의체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그룹 단위 과제를 점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ESG상생금융부'를 'ESG포용금융부'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이 흐름을 두고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상생금융이든 포용금융이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만 달라져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흐름은 서민금융, 미소금융, 행복금융, 상생금융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20여 년째 이어져 왔다.
다만 이번엔 이전과 결이 다르다는 시선도 많다. 과거의 포용금융이 권고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평가와 거버넌스, 감독 체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수 금융회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포용금융 실적을 내부 평가와 조직 운영에 반영하는 방안까지 논의된다. '잘하면 좋은 일'에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경영 과제'로 바뀌고 있다.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주고 그 차이로 이익을 내는 민간기업이다. 대출한 돈을 떼일 위험이 크면 그만큼 대손 비용도 늘어난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매기는 건 그래서다. 실제로 전 금융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상위 50% 신용자가 5.0%, 하위 20%는 13.4%다. 리스크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최근 사업을 하는 지인과 이 얘기를 나눴다. 그는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를 꺼내며 중저신용자 세명 중 한명이라도 포용금융 덕분에 다시 없을 기회를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포용금융에서까지 효율을 따지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는데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포용금융의 가치는 알겠지만 은행에 효율을 완전히 내려놓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은행이 속한 금융지주사들은 지금 밸류업을 앞세워 자사주 매입·소각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을 어디에 배분할지는 결국 수익률로 평가받는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그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낮아지고 그 몫은 다시 배당 여력의 축소로 돌아온다.
포용금융이 선언에서 제도로 넘어가는 지금 정작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이 따로 있다. 포용금융을 시장 논리 밖에 얼마나 둘 것이냐다. 대출 건수를 늘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볼지, 효율을 얼마간 포기하더라도 감당해야 할 몫으로 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은행이 감당할 부담도, 평가체계의 기준도 달라진다. 평가체계를 만들기에 앞서 그 경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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