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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올드보이', 영업익 6조서 300조로 '50배'
김주연 기자
2026-07-14 08:00:00
①2년 간 뼈 깎는 쇄신…메모리·파운드리 경쟁력 반등 이끌다
이 기사는 2026-07-13 07: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 (그래픽=딜사이트)

삼성에서 오너 일가가 아님에도 전문 경영인으로서 회장 자리에 오른 인물은 역대 총 8명이다. 김기남 회장, 권오현 고문을 비롯해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 박기석 전 삼성종합건설 회장, 이수빈 전 삼성증권 회장 등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9번째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전자 기준으로는 강진구, 권오현, 김기남에 이어 4번째다. 전 부회장이 삼성SDI에서 삼성전자로 공식 복귀한 시점은 2023년 11월말로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6조5700억원이었다. 2024년 5월에 반도체 수장인 DS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년 만에 영업이익 300조원 시대를 열고 있다. 전 부회장이 삼성의 새로운 신화를 이끌지 딜사이트가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올드보이'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에 복귀한 지 2년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위상을 뒤바꿔 놓았다. 최대 적자를 냈던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며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관료화된 조직 문화를 뜯어고치며 시작된 변화가 이제는 숫자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82조8941억원)을 단 한 분기 만에 넘어선 셈이다. 이 기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분기 기준 엔비디아 영업이익(약 82조원)은 이미 넘어섰다. 성과급 충당금 추정치까지 반영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다시 쓴 셈이다.


최대 실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반도체(DS) 부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만 90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장기화되며 HBM과 서버용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반도체 쇼티지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반면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2조원가량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쪽에서 동시에 경고음이 울렸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로 DS부문은 2023년 한 해에만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메모리 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였다. 코로나19 특수 이후 고객사들이 쌓아둔 재고가 소진되지 않은 가운데 PC와 스마트폰, 서버 수요까지 동시에 위축되면서 D램과 낸드 가격이 급락했다. 여기에 재고평가손실까지 반영되며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었다.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떠오른 HBM에서도 뚜렷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HBM2·HBM3 양산은 삼성전자가 앞섰지만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HBM3E를 먼저 공급하며 순식간에 앞질러 나갔다. '초격차 기술'을 자랑하던 삼성전자의 중장기 반도체 경쟁력에 우려가 쏟아진 배경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적자를 이어가며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전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5월 전 부회장을 신임 DS부문장으로 임명했다. 7년 만의 복귀였다.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D램 개발팀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합류해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지냈다. 이후 2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던 삼성SDI 사장을 맡아 기술력 강화를 통한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이력도 있다.


업계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삼성전자가 위기 타파를 위해 '젊은 조직'을 외치며 세대교체 가속화를 공언한 만큼 당시 인사 기조와는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컸다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복귀한 올드보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복잡했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전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몸담았던 시기와 지금의 사업 구조가 많이 달라진 만큼 반도체 수장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전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직 내실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우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내걸고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던 HBM 개발조직을 부문장 직속 HBM 개발팀으로 새로 꾸렸고, 대규모 반도체 경력직 채용에도 나섰다.


내부 조직 문화 개선에도 손을 댔다. 전 부회장은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 부재, 문제를 숨기거나 희망적인 수치만 반영하는 비현실적인 보고, 느린 의사결정 등을 지목했다. 이에 삼성전자 반도체의 토론 문화를 되살리고, 데이터를 근거로 소통하며 의사결정하는 조직문화 개편에 힘을 쏟았다.


2024년 연말 인사에서는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직하며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1c(10나노급 6세대) D램 재설계를 직접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직접 D램 개발 현황을 들여다보고 1a(10나노급 4세대) D램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재설계를 지시했다. HBM4의 코어 다이로 쓰이는 1c D램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변 회로 선폭을 키우는 방향으로 다시 설계됐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3E에 1b(10나노급 5세대) D램을 쓰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과감한 재설계와 공정 최적화의 결과 1c D램 수율은 꾸준히 개선됐다. 올해 1월에는 수율이 60% 수준까지 올라오며 양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에 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양산 중인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예정이다.


적자 사업부로 꼽혔던 파운드리도 점진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전 부회장 취임 직후만 해도 파운드리는 3나노 수율 부진과 적자로 '문제 사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전 부회장은 취임 이후 3나노 2세대 공정 수율 목표를 60%로 제시하며 TSMC와의 수율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3나노 공정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지만 2나노 공정에서는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파운드리도 반등 분위기에 들어섰다. 아직 흑자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글로벌 빅테크 수주에 성공하며 양산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테슬라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자율주행용 칩 생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애플과도 일부 공정에서 협력을 재개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2세대 2나노 제품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메모리 사업이 HBM4와 1c D램 재설계로 기술 경쟁력을 되찾은 데 이어 파운드리에서도 반등 조짐이 나타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두 축이 동시에 살아난 흐름이 때마침 찾아온 AI발 반도체 호황과 맞물리며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AI 인프라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기술 경쟁력 회복을 강조하며 다져온 사업 기반이 이 같은 호황 국면에서 반등의 기회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출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는 (전 부회장의) 영향이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전 부회장이 직접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를 실행하도록 결정권자를 뽑은 것도 결국 전 부회장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전 부회장의 노력으로) 1c D램을 재설계하고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HBM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 등을 꼽을 수 있다"며 "HBM4에서 베이스 다이 기술을 무리할 만큼 오버 스펙으로 했던 점도 SK하이닉스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황에 따른 단기 성과에 안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조직 내 응집력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성과급 협상을 타결하며 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했지만 앞으로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을 바라보는 독보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단기 성과에 안주하지 않은 기강 확립이 지속돼야 한다"며 "차세대 기술에 대한 확실한 헤게모니를 쥐고 가려면 파운드리 적자 축소 및 노사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가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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