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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청사진…"완주 동력 갖춰야"
송한석 기자
2026-06-29 18:27:01
업황 따라 투자 속도 달라질 수도…정부 지원이 장기 프로젝트 성패 좌우
이 기사는 2026-06-29 17:27:01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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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이 29일 광주 KTX송정역에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의 이재명 대통령의 투자 발표 생중계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제공=뉴스1)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이 8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공 조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메가팹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데다 업황에 따라 투자 속도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시장 변화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AI 반도체 수요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전제 조건으로 꼽히는 가운데 전력·공업용수 등 기반시설 확충과 소부장 생태계 조성, 전문인력 확보 등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도 장기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서남권을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하기 위한 반도체 전략을 공개했다. 총 800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통해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고 AI 시대 급증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기업들도 호남 투자 계획을 구체화했다. SK하이닉스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입해 신규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삼성은 호남에 총 425조원을 투자해 광주에 신규 반도체 팹과 디지털 트윈 기반 혁신 허브를 구축하고 해남에는 삼성SDS 주도의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과 원전 기반 수소 생산시설, 그린수소 실증단지 등 미래 에너지 인프라와 고창 최첨단 물류센터도 구축해 AI 산업 기반을 함께 조성한다.


물론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고 곧바로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메가팹은 부지 선정과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공장 건설, 장비 반입,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다. 특히 여러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메가 클러스터는 전체 조성에 10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시장 상황과 고객 수요 변화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투자 규모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집행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당초 204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지만 동시에 메가 클러스터 조성이 그만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메인 무대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다른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메가팹 투자도 업황과 고객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이 악화했던 2022~2023년 평택캠퍼스 P4 투자 과정에서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계획과 라인 구축 순서를 조정했다. 이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D램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도 미국 오하이오 반도체 공장 가동 일정을 여러 차례 조정했고 TSMC 역시 일본 제2공장 추진 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시장과 투자 여건에 맞춰 대규모 프로젝트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신규 부지에서 양산까지는 통상 5년 이상이 걸려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도 “생산라인을 만들어 놓고 주문이 없으면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AI 시대 들어 투자 환경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범용 메모리와 달리 HBM은 주요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만큼 과거보다 투자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HBM은 고객 맞춤형 제품인 만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해 장기 계약을 맺는 방향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 프로젝트를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장은 안정적인 전력과 공업용수 공급 여부가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산업인 만큼 기반시설을 적기에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교통망과 주거시설 등 정주 여건을 갖춰야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기 프로젝트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정부도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서남권 댐의 여유량과 일부 조정 물량을 합하면 하루 40만~50만톤의 산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고 수계 전환과 지자체·발전용·농업용 댐 활용 등을 통해 하루 30만톤 이상의 추가 물량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광주 하수처리장(하루 60만톤 규모)의 재이용수 활용과 필요시 댐 증고까지 병행해 장기적인 산업용수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업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토론에서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원스톱 행정 지원과 국가 차원의 전력·용수 공급, 정주 여건 개선 등을 건의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 이번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고 원스톱 행정 절차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전력과 용수 등 국가산단 인프라는 정부가 책임지고 지방정부와 협력을 통해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 인프라 구축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경엽 CGL연구원 원장은 “미국 등 주요국도 국가 전략산업에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AI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처럼 업황 사이클이 반복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인 경제성과 시장성을 함께 따져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 생태계 구축도 핵심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부장 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계약학과와 산학협력 등을 통해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호남은 재생에너지 활용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발전량 변동성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소부장 기업과 중견·중소기업도 함께 참여하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계약학과 등을 통해 정주할 수 있는 인력을 꾸준히 육성해야 한다”며 “전력과 공업용수 등 인프라를 제때 구축하고 인허가와 주민 민원 문제도 정부가 적극 해결해야 사업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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