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 변화를 겪어온 기업 중 하나다. 창업자와 최대주주 간 갈등, 실소유주 논란, 오너·사법 리스크는 오랜 기간 기업가치 할인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비덴트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이정훈 의장 측이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빗썸 지배구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기업가치 재평가와 IPO 재추진의 계기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빗썸의 지배구조 변화가 기업가치와 성장 전략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수년간 이어진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걷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실소유주 논란과 2대주주 리스크, 금융당국 제재 이력 등을 이유로 빗썸 가치에 할인 요인을 반영해 왔는데, 최근 비덴트 리스크 완화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비덴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될 경우 빗썸이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적용받아 온 '지배구조 디스카운트' 역시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기업공개(IPO)와 전략적 투자자 유치 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빗썸 안팎에서는 지배구조 변화가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70% 빠진 주가…시장은 왜 할인했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네이버페이 비상장에 따르면 현재 빗썸 주가는 20만원 수준으로 과거 최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30% 넘게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조정 국면을 감안하더라도 빗썸의 기업가치 할인 폭이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업황 문제보다 지배구조 불확실성과 규제 리스크가 장기간 기업가치 할인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업비트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지위만 놓고 보면 업계 최상위권 사업자지만, 투자자들은 사업 경쟁력보다 지배구조와 규제 리스크를 더 크게 반영해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빗썸은 창업자인 이정훈 의장과 비덴트를 둘러싼 경영권 논란, 실소유주 의혹, 강종현 씨 관련 논란 등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며 시장의 우려를 받아 왔다. 최근에는 비덴트가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하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 제재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빗썸이 고객확인(KYC) 의무를 위반하고 일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한 사실 등을 적발해 368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과징금은 올해 1분기 실적에도 반영되며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규제 리스크가 실제 재무 부담으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할인요인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사례로 보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사업 경쟁력과 별개로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경영권 향방이 불투명한 기업일수록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할인 요인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빗썸 역시 이러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재평가 출발점 될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배경에는 비덴트 리스크 완화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 의장 측 개인회사인 DAA는 비덴트가 보유한 빗썸홀딩스 일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며 빗썸홀딩스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여기에 비덴트가 상장폐지 위기 속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에 직면하면서 시장에서는 수년간 이어진 경영권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변화 자체보다 불확실성 감소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단순해질수록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적용되던 할인 요인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빗썸은 거래 규모나 시장 지위보다 지배구조 문제로 더 자주 언급됐다”며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역시 사업 경쟁력보다는 불확실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덴트 리스크가 해소되고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아진다면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실경영도 재평가 기대감 키워
빗썸의 최근 경영 기조 변화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수익성과 안정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IPO를 염두에 둔 체질 개선 작업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빗썸은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와 판촉비를 전년동기대비 각각 53%, 37% 줄였다. 그동안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을 강조해 온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과 성장성보다 내실 강화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정보보호 인력을 확대하고 보안 투자와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내성암호(PQC) 도입과 AI 기반 보안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정보보호 책임자를 임원급으로 격상하고 정보보호 인력을 늘리는 등 규제 대응 역량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내실경영 기조가 향후 IPO 과정에서 긍정적인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덴트 지배구조 재편이 실제로 어떻게 마무리될지 불확실한 데다 금융당국과의 관계 회복, 거래소 규제 변화 등도 향후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 역시 이 같은 할인요인이 얼마나 해소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덴트 리스크 완화와 지배구조 개선, 내부통제 강화가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가치 재평가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만으로 기업가치가 곧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오랫동안 빗썸을 따라다녔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분명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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