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광진실업’이 새 주인을 맞이한다. 단순한 경영권 매각을 넘어 최대주주가 단계적으로 바뀌는 구조로 거래가 설계되면서 향후 지배구조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화된 상장 유지 요건으로 한 차례 상장폐지 위기를 겪은 가운데 최대주주인 허정도 회장이 돌연 경영권 매각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광진실업 최대주주인 허정도 회장은 보유 중인 보통주 228만3294주(28.8%)를 씨씨홀딩스와 다인투자조합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총 양수도대금은 약 10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씨씨홀딩스는 광진실업 주식 159만8306주(20.16%)를 70억원에, 다인투자조합은 68만4988주(8.64%)를 30억원에 취득한다.
구주 거래에서 책정된 주당가액은 4380원이다. 계약 체결 직전일 종가(5000원)를 밑도는 수준이다. 경영권 거래임에도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이 뚜렷하게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최근 2년간 광진실업 주가가 1000~20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올해 들어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 회장 입장에서 반드시 불리한 조건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주 거래와 함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도 병행된다. 포에버엔케이는 두 차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80억원을 납입하고 신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220억원 규모 CB는 씨씨홀딩스·아주기술시스템·가온티앤씨가 나눠 인수한다. 표면적으로는 포에버엔케이가 전략적투자자(SI)로서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인 반면, 재무적투자자(FI)로 보이는 씨씨홀딩스는 구주와 CB를 동시에 확보해 향후 지배력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장은 씨씨홀딩스가 이달 말 구주거래 잔금을 납입한 이후 광진실업 지분 20.16%(159만830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이후 포에버엔케이가 7월 말과 8월 말에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납입을 마치면 광진실업 주식 199만2530주로 보유하게 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받게 된다.
주목할 부분은 최대주주가 다시 한 번 변경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구주 매입자로 나선 씨씨홀딩스는 150억원 규모로 발행되는 3회차 CB 가운데 100억원어치를 인수한다. 해당 CB의 전환권 행사는 납입일(7월31일)로부터 1년 뒤인 2027년 7월31일부터 가능하다. 향후 씨씨홀딩스가 보유한 CB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210만9704주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씨씨홀딩스는 구주 매입으로 확보한 159만8306주를 포함해 총 370만8010주를 보유하게 된다. 단순 주식 수 기준으로는 포에버엔케이의 보유 예정 주식 수(199만2530주)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CB에 부여된 콜옵션(50%)이 전량 행사되는 경우에도 씨씨홀딩스가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콜옵션 행사로 씨씨홀딩스의 전환 가능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더라도 전환주식 105만4852주와 기존 구주 159만8306주를 합산하면 총 265만3158주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포에버엔케이 보유 예정 물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경영권 이전보다는 단계적 인수 구조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은 포에버엔케이가 최대주주에 오르지만 향후 씨씨홀딩스가 CB 전환권 행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회사의 실적 개선 여부와 주가 흐름을 지켜본 뒤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복잡한 거래 구조만큼이나 시장의 관심은 허 회장이 왜 지금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느냐에 쏠린다. 2024년 말 오너 3세인 허유석 대표 중심의 단독경영 체제를 구축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돌연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이번 경영권 매각 결정의 배경으로 상장사 자격 유지에 대한 부담을 꼽는다. 실제 광진실업은 올해 초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 구체적으로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동안 지속되면서 올해 4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시가총액 미달 사유가 해소되며 관리종목 지정은 해제됐지만 강화된 상장 유지 요건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시가총액 하락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광진실업 시가총액은 200억원 안팎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시가총액을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1996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광진실업은 이후 허 회장을 중심으로 철강 사업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2023년 적자 전환 이후 최근까지 연간 7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한 모터스(오토바이) 사업 부문이 최근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약 3억원에 그쳤다.
반면 시장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자산가치가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광진실업은 2022년 부동산 매각 추진 당시 약 910억원 수준의 가치가 평가됐던 옛 본사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자산의 올해 1분기 장부가액은 83억원이다. 그럼에도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때 150억원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자산가치와 기업가치 간 괴리가 지속된 셈이다.
여기에 오너일가의 승계 과제도 남아 있었다. 허유석 대표 중심의 경영 체제는 구축됐지만 지분 승계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허 대표는 광진실업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결국 강화된 상장 유지 요건에 따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승계 문제까지 남아 있던 만큼, 독자 생존 전략을 이어가기보다는 경영권 매각이 현실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딜사이트는 경영권 매각 배경 등을 광진실업 측에 질의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광진실업 관계자는 "(매각 결정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짧게 답했다. 인수자 측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CB를 보유한 인수자가 결정해야 할 문제로, 아직 납입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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