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건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콘크리트의 핵심 원료인 골재를 관리하는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골재 토분 관리 기준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고 골재 유통이력관리제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순환골재 사용 확대와 건축물의 고층화가 이어질수록 골재 품질은 구조물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딜사이트는 골재 품질관리의 현주소와 제도적 한계를 진단하고 건설 안전을 뒷받침할 골재 품질관리 체계의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저품질 골재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골재에 포함된 '토분(土粉)' 관리 부실이 지목된다. 국내 골재 공급 구조가 천연골재에서 선별·파쇄골재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토분 관리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토분이 과도하게 포함된 골재는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국가 차원의 토분 품질 기준과 시험 방법은 수년째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재 공급은 선별·파쇄골재가 주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골재 공급 실적을 보면 전체 공급량 1억7825만㎥ 가운데 선별·파쇄골재 등 기타 골재가 62.5%(1억1133만㎥)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산림골재가 34.0%, 바다골재가 1.9%, 하천골재가 0.3% 순이었다.
선별·파쇄골재는 건설현장에서 반출된 암석을 선별·파쇄해 생산하는 골재다. 과거에는 석산에서 채취한 천연골재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환경 규제 강화와 주민 반대, 신규 석산 개발 제한 등이 겹치면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를 대신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암석을 가공한 선별·파쇄골재가 빠르게 대체재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국내 골재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천연골재 채취 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림골재와 선별·파쇄골재 활용을 확대하고 대체 골재원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안정적인 골재 수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한 상태다.
선별·파쇄골재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토분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토분은 골재 표면이나 골재 사이에 부착된 매우 미세한 흙 입자를 말한다. 토분이 과도하게 포함되면 시멘트와 골재 사이의 부착력이 떨어져 콘크리트의 결합력이 약해질 수 있다. 또 토분이 물을 흡수하면서 압축강도와 내구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토분 관리가 단순한 골재 품질 문제가 아니라 구조물의 수명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선별·파쇄골재가 천연골재보다 굴착·파쇄 과정에서 미세 토분이 함께 혼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척 공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토분이 제거되지 않은 골재가 그대로 레미콘 제조에 사용될 우려도 있다. 일부 업체는 생산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세척 공정을 최소화하기도 한다. 이 경우 토분 함량이 높은 골재가 시장에 그대로 유통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이후 여러 차례 토분 함유량 기준과 시험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2025년 업무계획에서도 토분 관리 기준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이시험법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골재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해 불량 골재 유통을 차단하고 콘크리트 품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발표 이후에도 관련 제도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토분 허용 기준과 시험 방법이 부재하고 골재 내 토분 함량을 관리할 수 있는 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골재 품질관리는 생산업체별 세척 설비와 품질관리 수준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토분 관리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저품질 골재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어렵고, 골재 품질관리 체계의 가장 큰 허점도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태범 한국골재산업연구원 품질관리센터장은 "골재의 토분 함량이 높으면 이를 사용해 배합한 콘크리트의 강도가 저하돼 구조물의 품질과 내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토분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는 토분 함량을 관리하는 별도의 제도가 없지만, 국토교통부와 함께 토분 함량 시험법과 관리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를 규격으로 제정해 제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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