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건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콘크리트의 핵심 원료인 골재를 관리하는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골재 토분 관리 기준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고 골재 유통이력관리제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순환골재 사용 확대와 건축물의 고층화가 이어질수록 골재 품질은 구조물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딜사이트는 골재 품질관리의 현주소와 제도적 한계를 진단하고 건설 안전을 뒷받침할 골재 품질관리 체계의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건설 안전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콘크리트의 핵심 원료인 골재의 품질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정부는 건설 안전 강화를 위해 골재 관련 제도를 잇달아 보완했지만, 이후에도 부적합 골재 논란은 끊이지 않아서다. 여기에 순환골재 사용 비중까지 높아지면서 골재 품질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8월부터 국토교통부 지정 품질관리 전문기관인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을 통해 골재업체 시료를 직접 채취하는 방식으로 연간 약 750건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점토덩어리 시험 대상을 확대하고 토분 시험방법을 마련했으며, 골재채취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시 품질검사를 확대하고 토분 품질기준도 새롭게 도입했다.
지난 2022년 1월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콘크리트 품질과 시공관리 전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당시 사고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한 10개 업체 가운데 8곳은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 품질관리 실태점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3곳은 골재(자갈·모래)를 부실하게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사고 현장에는 저품질 골재가 공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후 골재 품질검사 확대와 품질기준 강화 등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새로운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일부 검사 항목과 기준을 손질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이는 콘크리트 분야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다. 콘크리트는 기온보정강도 적용 의무화와 현장 구조체 강도평가 확대 등 시공 단계의 품질을 직접 관리하는 제도가 잇달아 도입됐다.
이 같은 관리 공백은 이후 대형 사고에서도 반복됐다. 2023년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서는 설계 승인을 받지 않은 미인증 순환골재가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순환골재가 일부 주거동 콘크리트 강도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골재 관리체계의 허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품질관리 강화에도 검사 결과는 기대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기 품질검사 부적합 비율은 2023년 5%에서 2024년 11%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수시 품질검사 부적합 비율도 같은 기간 25%에서 31%로 높아졌다. 검사 횟수와 관리 범위는 확대됐지만 부적합 사례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는 관리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업체별 품질관리 수준의 편차도 큰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천연골재 채취 여건이 악화되면서 선별·파쇄골재, 순환골재 등 대체 골재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천연골재 부족과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순환골재 사용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골재 품질관리 체계를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검사 횟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생산부터 유통·운반, 현장 반입과 사용까지 전 과정을 추적·관리할 수 있는 이력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품질이 검증된 골재만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순환골재는 건설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자연천연골재보다 더욱 엄격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물질이 혼입되면 품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생산부터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친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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