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핑거'가 새 최대주주 체제 아래 자금조달 방식과 지배구조를 동시에 손질하며 체질 변화에 나섰다. 순현금 기조를 유지해온 기업이 대규모 메자닌 발행에 이어 발행 한도까지 대폭 확대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새 최대주주인 서룡전자가 속한 성호전자 그룹이 그동안 메자닌을 활용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향후 핑거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핑거는 최근 임시주주총회에서 발행가능주식 총수를 기존 5000만주에서 1억주로 늘리고,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를 각각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가결했다. 총발행주식수가 1201만5717주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발행 여력이 크게 열린 구조다.
특히 CB와 BW 발행 한도를 각각 5000억원으로 늘리면서 향후 활용 가능한 메자닌 발행 여력은 총 1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현재 회사 외형과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수준의 정관 변경으로 평가된다.
앞서 핑거는 지난 4월 500억원 규모 CB와 300억원 규모 BW를 발행했다. 기존 정관상 한도가 각각 5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CB는 기존 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BW 역시 상당 부분을 사용한 상태였다. 눈에 띄는 건 기존 발행분을 새 한도에서 차감하지 않도록 부칙을 달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4월 발행 물량과 별개로 추가로 CB 5000억원, BW 5000억원을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핑거는 그간 외부 차입 부담이 크지 않은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2025년 말 기준 장·단기 차입금은 59억원에 그쳤고, 메자닌 등 미상환 사채도 없다.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총차입금은 59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 216억원, 금융기관 예치금 17억원, 단기투자자산 82억원 등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은 320억원 규모로,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60억원대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이처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왜 대규모 메자닌 조달 체계를 구축했느냐다. 실제 핑거는 최대주주 변경 직후 800억원 규모 메자닌을 발행한 데 이어 관련 발행 한도까지 10배로 확대하면서 자금조달 전략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대주주 교체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서룡전자는 핑거의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1.71%를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성호전자 그룹은 최근 ADS테크를 통한 인티맥스 인수 등에서 메자닌을 적극 활용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정관 변경은 새 최대주주 측의 자금조달 전략이 핑거에 빠르게 이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은 신규 감사 선임에서도 감지된다. 이번 주총에서 핑거는 신임 감사로 성호전자 M&A 전문 임원 출신의 김정환 씨를 선임했다. 김 감사는 한영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등을 거친 회계·재무 전문가로 세븐브릿지프라이빗에쿼티파트너스와 TS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 및 운용 업무를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단순 감사 선임을 넘어 투자와 M&A 경험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 감시 기능에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 이후 메자닌을 활용한 M&A 전략을 주시하고 있다. 발행 주식 수 확대 역시 향후 대규모 투자 유치나 추가 자금조달, 전략적 인수합병 등에 대비한 선제적 정관 정비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핑거 측은 발행가능주식 총수 확대에 대해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유상증자와 CB, BW 발행으로 유치한 총 1100억원 규모 투자금에 대한 신주발행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입장이다.
핑거 관계자는 “4월 유상증자와 CB, BW를 통해 총 11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이 이뤄지면서 기존 정관상 발행 여력 소진이 예상됐고, 향후 AI 전환과 신사업 투자 여력까지 감안해 발행가능주식 총수를 1억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전 단계로 (핑거는) 사업 추진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으며 iM뱅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모델 실증사업, 한패스와 스테이블코인 기반 글로벌 정산 인프라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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