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성호전자’의 최대주주인 서룡전자가 추진해 온 세아FSI 인수전이 표류 국면에 접어들었다. 인수자인 서룡전자는 사실상 거래 추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매도자인 어펄마캐피탈은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어 양측의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성호전자 주가 하락으로 30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관리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거래 성사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룡전자는 세아FSI 인수와 관련해 더 이상 거래를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어펄마캐피탈 측은 서룡전자와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거래 중단이나 인수 철회와 관련한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매수자는 인수 의사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매도자는 거래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선 거래가 완전히 무산됐다기보다 협상 단계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룡전자는 지난달 세아FSI 경영권 지분과 해외법인 관리회사인 S&G홀딩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거론된 거래금액은 2000억원 이상이다. 세아FSI는 자동차 금속 배관 업체로 국내외 생산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서룡전자가 기존 전자부품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 이후 한 달 넘게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나 후속 거래 절차와 관련한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서룡전자 내부에서는 세아FSI 인수 추진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서룡전자 관계자는 “세아FSI 인수는 어펄마캐피탈 측에서 먼저 제안한 사안”이라며 “현재 그룹 내부에서는 세아FSI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 논의가 사실상 상당 기간 전에 중단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서룡전자의 인수 의지 약화 배경에도 최근 확대된 자금 부담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서룡전자는 보유 중인 성호전자 주식 약 2730만주를 담보로 3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가치를 대출금의 2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성호전자 주가 하락이 곧바로 담보 관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성호전자 주가가 최근 2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하자 서룡전자는 추가 담보 제공과 차입금 조기 상환에 나섰다. 우선 500억원을 상환하고 이달 중 약 1000억원을 추가로 갚아 총 1500억원을 조기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차입금은 3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절반 감소하고, 담보비율 200%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담보가치도 6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낮아진다.
핑거 등 계열사 자금이 성호전자 주식 매입에 투입된 점도 눈길을 끈다. 코스닥 상장사 ‘핑거’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2일까지 자체 자금 약 50억원을 투입해 성호전자 주식 19만100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성호전자 측은 핑거가 추가로 50억원 규모의 주식 매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계열사들의 성호전자 주식 매입과 주담대 조기 상환 추진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 차원의 자금 운용 우선순위가 인수합병(M&A) 등 신규 투자보다 담보 관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담보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 상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별도로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세아FSI 인수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룡전자는 앞서 핑거 경영권 인수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핑거가 추진한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38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구조를 짰다. 30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자금이 개별 M&A에 얼마나 사용됐는지는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핑거 인수와 주담대 조기 상환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서룡전자의 추가 대형 투자 여력이 이전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펄마캐피탈 측은 서룡전자로부터 협상 중단이나 인수 철회와 관련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어펄마캐피탈 관계자는 “서룡전자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룡전자 측으로부터 특별한 노티스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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