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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엽 회장 딸, 무증 직전 40억 매수…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
신지하 기자
2026-06-25 07:00:00
③ 주가 26만2500원에서 34만원까지 급등…"금감원·거래소, 매매 경위 확인 필요"
이 기사는 2026-06-24 17:10:35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상증자 발표 직전 한달간 주요 경영진·오너가 주식 매수 현황-2.jpg
(그래픽=오현영기자)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가온전선이 무상증자를 결의하기 한달 전,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딸 구은희씨가 4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정현 대표 등 경영진도 수억원대 주식을 매수했다. 회사의 중차대한 결정이 나오기 직전 이뤄진 투자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선 내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가온전선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무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1주당 0.8주를 신주로 배정하는 내용으로, 발행주식총수는 1654만3115주에서 2977만7607주로 늘어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내달 1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가온전선 경영진과 오너 일가가 무상증자 결정을 발표하기 한달 전 무렵부터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사실이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지난달 15일과 20일, 28일 세 차례에 걸쳐 478주, 2억36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상호 가온전선 기타비상무이사(LS전선 상생경영총괄 대표이사 겸 재경본부장/CFO)도 같은 달 15일과 18일 두 차례에 걸쳐 633주, 3억원어치를 매수했다. 강병윤 LS전선 경영지원본부장도 26일 123주, 4900만원어치를 매수하며 신규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딸 구은희씨다. 구씨는 지난달 20일 1만1188주, 40억원어치를 매수하며 가온전선 주식을 처음 취득했다. 그동안 가온전선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던 구씨가 무상증자 결의 한달 전 한꺼번에 대량 매수에 나선 셈이다.


가온전선이 해당 공시와 함께 제출한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회사는 무상증자 배경을 "낮은 유통주식수와 거래량 부족으로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소액주주들의 유통 물량 확대 요청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달 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약 한달간 주가 변동성 추이를 살폈고, 2일부터 무상증자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는 것이다. 외부 법률자문과 거래소 문의를 거쳐 이사회에 의안을 상정했다고 의사록은 기재하고 있다.


공시 다음 날인 17일 가온전선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무상증자는 회사의 성장 성과를 주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겠다"는 정 대표의 말을 전했다. 다만 이사회 의사록에 담긴 '유통주식수 부족', '지난달부터 검토' 등 구체적 경위는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매수 타이밍에 의문점이 많다고 본다. 회사의 중대 결정이 나오기 불과 한달 전,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한꺼번에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상증자 결정 공시가 난 이후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16일 26만25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다음 날인 17일 34만1000원으로, 하루 새 7만8500원(35.04%)이나 뛰었다. 18일에는 38만5500원(52.67%)으로 4만4500원 더 올랐고, 이후 안정화되며 23일 기준 33만1500원(31.28%)에 움직이고 있다. 구은희씨 입장에서는 주식을 매입한 후 무증으로 인해 최대 15억원까지 수익을 냈고 현재는 소폭 주가가 하락해 10억원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헤이홀더'의 허권 대표(변호사)는 "가온전선의 무상증자 결정은 통상 주가 및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공시 전에 회사 내부자 등이 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했다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과 오너가의 주식 매입) 당시 무상증자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경영진이나 주요 내부자가 향후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상당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공개된 사실만으로 곧바로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진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대규모 매수가 공시 직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은 시장의 합리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황인 만큼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매매 경위와 정보 전달 경로를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시민단체 소속 변호사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가온전선 경영진과 구씨가 주식을 매도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취한 이득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상증자로 보유 주식수가 늘고 주가까지 오르면서 전체 자산 가치는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의사록에 '6월2일부터 무상증자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는 문구를 굳이 넣은 것도 향후 불거질 논란을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며 "특히 검토 개시 시점으로 알려진 이달 2일부터 결의일인 16일까지 불과 2주 만에 중대 결정이 이뤄진 점도 석연치 않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회장 딸이 자회사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미공개정보 이용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의혹을 가질 만한 사안"이라며 "회사 측 설명대로 관련 검토가 이달 2일부터 시작됐다면, 대표나 임원들이 그 이전인 지난달부터 이를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LS전선 측은 정 대표 등 가온전선 주요 경영진의 주식 매수는 '책임 경영' 차원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무상증자 검토는 이달 2일부터 시작된 만큼 그 이전 매수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은희씨의 매수에 대해서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개인의 투자 판단이어서 회사가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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