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현대차그룹이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일대에 조성하는 8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연구 허브 'HMG퓨처콤플렉스'에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에 동참했다. 다만 향후 연구시설의 운영 방식과 계열사별 활용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계열사까지 수천억원 규모의 출자에 참여한 점을 두고 사업 시너지보다 그룹 차원의 재원 분담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2030년 완공 목표로 HMG퓨처콤플렉스에 대한 자금 출자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4월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는 이사회를 통해 출자를 결정하고 HMG퓨처콤플렉스의 지분 구조를 공개했다. 지분율은 ▲현대차가 36.1%로 가장 높고 ▲기아 29.5% ▲현대모비스 13.7% ▲현대글로비스 8.4% ▲현대제철 6.5% ▲현대로템 5.8% 순이다.
계열사별 최종 출자 규모는 ▲현대차 2조8885억원 ▲기아 2조3634억원 ▲현대모비스 1조988억원 ▲현대글로비스 6720억원 ▲현대제철 5164억원 ▲현대로템 4608억원이다. 해당 금액은 일시에 출자하는 구조는 아니다. 2030년까지 매년 분할 납입될 예정이다.
HMG퓨처콤플렉스는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로보틱스 등 그룹의 미래 핵심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업무 거점이다. 수도권 등에 분산된 연구 인력과 역량을 집적해 계열사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주요 연구 인력은 화성 남양연구소와 성남 판교 미래차플랫폼(AVP) 본부 등에 분산돼 있다. AI·SW 인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 연구 거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들까지 대규모 자금 동원에 활용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SDV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핵심 미래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현대제철과 현대로템, 현대글로비스는 상대적으로 사업적 접점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AI 기반 물류 및 공급망관리(SCM) 고도화, 현대로템은 무인체계와 스마트 철도 솔루션 개발, 현대제철은 스마트팩토리와 제조 공정 자동화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역시 각 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예상해볼 수 있는 활용방안일 뿐, HMG퓨처콤플렉스를 통해 어떤 연구를 공유하고 사업에 접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열사가 공시한 출자 목적은 모두 '거래 상대방을 통한 신규 연구 및 업무 거점 확보'로 동일하게 기재됐다. 물론 HMG퓨처콤플렉스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 세부 계획이 구체화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계열사별 출자 규모와 지분 구조가 이미 확정된 가운데 사업 청사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 타당성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자본 효율성 저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HMG퓨처콤플렉스 투자와 관련해 "지난 2월 새만금 9조 원 투자에 이어 대규모 연구단지 투자가 추가되면서 2030년까지 자본적지출(Capex) 확대 기조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구단지 완공과 성과 가시화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투자 대비 수익(ROI)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종합적으로 단기 자본 효율성 저하와 주주환원 증대 여력에 대한 의문이 반영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기술 대응력을 높인다는 기대가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출자 배경에 대해 "복정역 업무시설은 AI·SW 인력 수요 대응, R&D 역량 강화, 협업 시너지 확대, 거점 운영 효율화, 비용 최적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경영 인프라 확충 차원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인재 확보를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복정역 업무시설은 AI∙SW 중심 연구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사업 확장 및 조직 고도화로 오피스 수요 증가, 거점 분산 비효율성, 연구시설 보안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한 경영 인프라 확충 차원의 실사용 목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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