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성패는 산업 현장 내 ‘범용성(General-purpose)’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정 공정 하나만 대체하는 특수목적 로봇과 달리, 여러 업무에 유연하게 전환 투입될 수 있어야 도입 기업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재권 에이로봇 CTO는 지난 18일 한국산업은행이 주관한 ‘넥스트라이즈(NextRise)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상용화 조건을 제시했다. 한 CTO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질은 일하는 것”이라며, “로봇은 춤을 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어렵고, 힘들고, 위험하고, 귀찮은 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러 작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용 로봇을 지향한다. 한 작업이 끝나면 다른 작업으로 이동해 새로운 업무에 투입될 수 있어야 로봇의 가동률이 극대화되며 이 구조가 산업 현장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핵심이다.
특히 기존 공장, 조선소, 건설 현장 등에 구축된 통로와 계단, 작업대, 설비는 대부분 사람의 신체 구조와 작업 동선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현장 인프라를 로봇에 맞게 전면 개조하는 비용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투입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들 수 있다.
결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쟁력은 사람 기준으로 설계된 산업 현장에 투입돼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실용성에서 나온다. 인프라를 상당 부분 활용하면서 가동률을 높이면 도입 비용 회수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 한 CTO의 설명이다.
이런 산업 현장에서 범용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인간 근로자가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증강·주석 데이터로 확장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활용하는 것이 향후 휴머노이드 성능을 좌우한다.
한국 제조업 현장은 이 같은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기계 등 다양한 제조업 기반이 축적되어 있고, 현장마다 숙련공의 작업 노하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조 현장에 쌓인 숙련 작업자의 동작과 판단을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한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한재권 CTO(한양대 ERICA 로봇공학과 교수)가 공동 창업한 에이로봇은 사람이 이동하는 방식에 가장 가까운 이족보행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조선소처럼 좁은 통로와 계단, 발판, 비정형 작업 공간이 많은 산업 현장은 고정형 자동화 설비나 바퀴형 로봇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작업자가 선박 내외부를 오가며 좁은 공간에서 이동·작업해야 하므로, 사람이 다니도록 설계된 공간에서 다중 업무를 수행하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가 기존 자동화 설비의 한계를 보완할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에이로봇은 오는 2030년 조선소용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CTO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경제성을 갖추려면 결국 가격 경쟁력과 공급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올해 하반기 투자 라운드를 통해 생산 공장 건립 자금을 확보하고, 대량 생산 기반을 마련해 투자자들의 ROI(투자수익률)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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