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이른바 '동전주' 퇴출 요건 신설이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상장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당장은 액면병합으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지만, 이후에도 저평가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만으로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가 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기업들까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오는 7월1일부터 1000원 미만 동전주 요건을 신설한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당국이 지난 2월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 방안의 후속 조치다. 장기간 저가주 상태에 머무는 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장기간 저가주 상태가 지속되는 기업의 경우 시장 신뢰도를 저해하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종가 기준 1000원 미만 상태가 30거래일 연속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동전주 상태가 지속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해당 기준은 2026년 7월1일 이후 최초로 종가가 1000원 미만이 된 시점부터 새롭게 산정되며 이전 기간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당초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지난 5월 발표된 최종 개정안에서는 이를 '90거래일 중 연속 45거래일'로 단순화했다. 즉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상장폐지 절차를 피하기 위해서는 종가 1000원 이상 상태를 45거래일 연속 유지해야 한다.
이른바 '꼼수 회피'를 막기 위해 검토됐던 '액면병합 후 액면가 미만 시 상장폐지' 기준은 최종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해당 기준은 액면가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이 주식병합만으로 동전주 기준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감자를 통해 규제를 우회하는 경우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신 반복적이거나 과도한 주식병합 및 감자를 통한 동전주 회피 행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이 최근 1년 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경우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내 추가적인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할 수 없다. 또한 동일 기간 내 병합 또는 감자를 실시하더라도 총비율이 10대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액면병합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 수단으로 꼽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액면병합은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기업가치나 시가총액 자체를 개선하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방식인 만큼 거래량 감소와 투자심리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메자닌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액면가 아래로 전환가액이 설정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조달이 잦은 기업의 경우 액면가 상승 자체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예외 규정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영업이익 흑자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투자심리 부진이나 업종 소외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무는 기업들이 존재하는 만큼 일률적인 적용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닥의 경우 결산보고서 기준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인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데 기술특례 상장사는 5년 동안 해당 규제에서 면제되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최종 개정안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거래소 역시 현재 상황에서 관련 예외 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은 기업의 수익성이나 성장성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에서 형성된 주가 수준만을 기준으로 작동하게 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외 사항) 관련해서는 규정을 만들 때부터 고려를 했던 것들이긴 하지만, 동전주의 경우 탈피 수단이나 방안이 있다 보니 개정안 발표 이후 추가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장기간 저가주 상태가 지속되는 기업을 시장에 그대로 둘 경우 시장 건전성을 저해하고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입장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상장사들의 고민도 한층 커지게 됐다. 당장 동전주를 벗어날 수단으로 액면병합이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전통 제조업체나 기업간거래(B2B) 중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경우 단기간에 투자자 관심을 끌 만한 신규 성장 스토리나 테마를 제시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
보안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 관계자는 "상장 이후 꾸준히 호실적을 내고 있긴 하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업종 특성상 단기간에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재료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시가총액에 이어 동전주 요건까지 신설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관사 입장에서 상장사가 상장폐지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밸류에이션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일부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이후 기업의 주가 흐름까지 주관사의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업황 변화나 시장 침체, 기업 실적 악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상장 과정의 기업가치 산정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사가 상장이후 주가가 단기간에 하락해 상장폐지 요건에 도달할 경우 IPO를 주관한 증권사의 기업 가치 평가(Valuation) 능력과 심사 부실에 대한 시장의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안할 수가 없다"며 "자칫 상장 유지 적격성까지 증권사가 보증해야 하는 구조가 되진 않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종가 기준 동전주 상태인 기업은 총 177곳(리츠 제외)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 39곳, 코스닥 시장 138곳의 기업 종가가 1000원 미만인 상태다. 이 가운데 케스피온, 더라미 등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은 동전주 탈피를 위해 액면병합을 결정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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