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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의 기계적 퇴출 잣대
민승기 차장
2026-06-17 08:25:00
흑자전환 성공에도 증시 퇴출 공포…동전주 개혁의 그늘
이 기사는 2026-06-16 08:38:27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최근 만난 어느 코스닥 상장사 대표의 한숨은 깊었다. 수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끝에 마침내흑자전환이라는 값진 결실을 보았지만 그의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실적 반등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더 거대한 장벽이 그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바로 거듭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시가총액 부족, 그리고 턱밑까지 차오른 상장폐지 공포였다.


이 대표의 밤잠을 설치게 한 공포의 실체는 명확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발표한상장폐지 개혁방안이다.


자본시장의 체력 저하를 유발하는 부실기업, 일명쭉정이를 빠르게 걸러내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축하겠다는 대의명분에는 이견이 없다. 매출이 전무하거나 횡령·배임으로 연명하며 시장을 교란하는 좀비 기업들은 신속히 링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맞다.


당국이코스닥 집중관리단까지 신설하며 가동한 이번 대책으로 올해 코스닥 퇴출 대상 기업은 당초 50개에서 최대 220(시뮬레이션상 150개사 내외) 3배 넘게 폭증할 전망이다.


문제는 칼자루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칠고 기계적인 정량적 기준이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인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는 시장 소외주와 턴어라운드 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시가총액 퇴출 기준이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조기 상향되고 내년 1월에는 300억원까지 치솟는다. 여기에 주가 1000원 미만의동전주 퇴출 요건까지 신설됐다.

기업이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주가와 시가총액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턴어라운드 초기 단계에 진입한 기업에 매반기 단위로 강화되는 시총 허들과 동전주 잣대를 들이대며 즉각적인 퇴출을 압박하는 것은 멀쩡한 나무의 벌레 먹은 잎만 보고 싹을 잘라버리는 처사나 다름없다.


특히 최근처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 반도체 종목으로만 시장의 유동성과 수급이 극단적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는 잔인함이 더해진다. 아무리 대대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라는 호재를 터뜨려도 쏠림 현상에 갇혀 소외된 중소형주들은 주가반등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링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계적 퇴출 압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역행할 수 있다. 실적 개선 중인 기업까지 주가·시총 기준으로 무차별 퇴출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코스닥 중소형주에 대한 장기 투자 심리 자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코스닥을 외면하는 자금이 늘수록 시장의 유동성은 더욱 대형주에 집중되고 중소형주의 시총 부족은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악순환이 완성된다.


코스닥 시장의 본질은모험자본의 공급과 성장의 지원에 있다. 정량적 수치 뒤에 숨은 기업의 실질적인 개선 노력과 미래 가치를 살필 수 있는 유연한 정성적 구제책, 또는 실적 개선 기업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다면 코스닥 시장의 역동성은 차갑게 식어버릴지도 모른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상장사 대표들이 실적이 아닌 주가와 시총을 보며 잠 못 이루는 시장은 결코 정상적인 시장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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