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텔레콤이 AI 인프라 경쟁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 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와 최대 5GW 규모의 'AI 팩토리' 동맹을 선언하며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구축 방식과 조달 구조는 아직 협의 단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유일한 AIDC인 가산 데이터센터의 GPU 클러스터 '해인'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전량 임차하며 안정적인 가동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발판 삼아 울산·서남권 등 신규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달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양사 협력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AI 팩토리는 전력과 데이터를 원료로 AI의 핵심 단위인 토큰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지능형 공장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속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를 통합해 AI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한 인프라를 말한다.
황 CEO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AI 팩토리는 600억달러에 달한다"며 "SK텔레콤과는 최대 5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단순 가치로 환산하면 3000억달러, 우리 돈 약 450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규모다.
다만 SK텔레콤의 2027년 가동 예정인 첫 AI 팩토리가 GW급 규모는 아니다. 아직 확장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공시를 통해 "2027년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AI 팩토리의 규모는 GW급이 아니며 단계적으로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로 전환하는 방안과 신규 구축을 병행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거론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비용 조달 구조나 공동 투자 여부 등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원석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SK텔레콤의 AIDC 인프라 사업 매출은 2025년 기준 연간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향후 설비가 GW급으로 확산될 경우 해당 매출은 중장기적으로 1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SK그룹이 보유한 데이터센터는 서울 가산·서초, 경기 일산1·2, 분당1·2, 양주, 판교, 부산 센텀 등 총 9곳으로 이 중 AIDC로 가동 중인 곳은 2024년 말 문을 연 가산이 유일하다.
가산 AIDC에는 엔비디아 블랙웰 B200 GPU 1000장 이상으로 구성된 서비스형 GPU(GPUaaS) 클러스터 '해인'이 가동 중이다. 해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GPU 임차 지원) 사업' 공급사로 선정돼 현재 독파모 프로젝트가 전량 임차해 운영 중이다. 해인 클러스터를 포함한 AIDC 사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3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9.3% 급증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외 거점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AWS와 협력하는 울산 AIDC(100MW)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오픈AI와 협력하는 서남권 AIDC도 추진 중이다. GPU 인프라 역시 하반기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2030년까지 그룹 전체 300MW 규모의 AI 인프라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울산 거점을 1GW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AI 모델 고도화도 병행한다. SK텔레콤은 독파모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매개변수 5190억개 규모의 'A.X K1'에 이어 후속 모델 'A.X K2'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와 학습 데이터·인프라·프레임워크 전반에 걸친 기술 협력을 이어가며 멀티모달 및 비전언어모델(VLM) 등 차세대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활용 범위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아직 엔비디아와의 협력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SK텔레콤의 AI 인프라 사업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캡티브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과 로봇 모델 '아이작 그루트' 기반 피지컬 AI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그룹 내 협력이 이미 진행되고 있어 외부 고객 유치 전에도 일정 수준의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정 연구원은 "GPU 클라우드는 그룹사 내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며 "AI 인프라를 단순히 외부 고객에게 임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내 제조·운영 효율화 프로젝트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가동률과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MWC에서 GPU 클라우드 사업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중장기 GW급 인프라 확장 로드맵까지 제시하면서 증권가에서도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앞서 네이버가 발표한 1GW급 AI 팩토리의 비전을 준용하면 매출액 20조원, 영업이익 4조원대의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될 것이 기대되는 시점"이라며 "GPUaaS의 불확실성을 보더라도 2027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AI데이터센터 사업은 리스크를 줄여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의 AI데이터센터 사업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 중 진척 상황이 가장 빠른 가운데 확정적 임차인을 보유하고 있고 데이터센터 사업은 통상 한번 장기계약을 맺으면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있어 리스크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텔레콤의 AI데이터센터 사업은 2027년 하반기부터 본격 램프업(울산 1차 40MW)해 2029년(울산 2차 63MW, 구로 100MW)까지 순차 개소하는 일정이다.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가격프리미엄을 더 받는다고 가정시 2031년 기준 영업이익이 8000억원 더 커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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