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이슬이 기자] 국내 증시의 이례적인 호황이 몰고 온 머니무브 현상이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출자 여력을 뒤흔들며 하반기 사모펀드 시장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개인 자금의 증시 이동으로 유동성 압박을 받는 상호금융권과 일부 공제회가 대체투자 집행을 멈춰 세운 탓이다. 반면 자금 기반이 견고한 국가 연기금은 기존 투자 계획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기관의 성격과 구조에 따라 사모펀드 출자 시장의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농협·신협중앙회·새마을금고 등 주요 상호금융기관들은 최근 대체투자 집행 속도를 늦추거나 하반기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주식시장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적금이나 공제 상품에 묶여 있던 자금이 만기 후 재예치되지 않거나 중도 해지돼 증시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상호금융권의 자금 기반은 개인 고객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회수될 수 있는 적금식 형태가 대다수다. 증시 불장이 지속될수록 개인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결과적으로 기관이 당장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시장에 집행해야 할 현금 유동성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금 집행이 연쇄적으로 지연되면서 위탁운용사(GP)들의 신규 펀드 결성도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이러한 자금 유출 충격은 공제회와 연기금 등의 자금 기반 구조와 가입자 성향 그리고 대출 제도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같은 국가 법정 연기금은 가입자가 자의적으로 중도 해지하거나 탈퇴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령에 따라 투자 목적의 담보대출 자체가 원천 차단돼 있다. 증시가 과열되더라도 개별 가입자의 선택에 의해 기금 자금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오히려 매달 가입자들의 급여에서 원천징수돼 들어오는 현금 흐름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단기적인 머니무브 현상과 무관하게 하반기 투자 계획을 일정 대로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등 대형 공제회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는 축에 속한다. 이들은 회원들이 납입하는 돈을 기반으로 자금을 모은다는 점에서 상호금융권과 유사하지만 자금의 성격이 장기 퇴직급여 위주로 구성돼 있다.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거나 해지 시 불이익이 커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충격이 적다. 회원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데다 대출 구조도 주택 자금이나 생활 목적성 위주로 짜여 있어 투자 목적의 자금 인출이 제한적이다. 다만 장기성 자금 비중이 높아 전체적인 충격은 덜할지라도 시장 자금이 증시로 쏠리면서 자율 가입 상품의 신규 자금 유입은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반면 회원들이 납입한 금액을 담보로 즉각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일부 공제회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은 정보기술(IT) 및 기술직 등 재테크 민감도가 높은 젊은 회원층을 중심으로 증시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납입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탈퇴나 중도해지를 하지 않아 장부상 잔액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출 형태로 공제회 현금이 유출되면서 기관의 실질 출자 여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형국이다.
상호금융권과 일부 공제회들은 자금 유출을 막고 신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금리 특판 예금 출시나 자율 가입 상품 금리 인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고금리 상품은 판매 규모와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자금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묶어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난 금리 인상기 동안 예금 상품 금리와 퇴직급여율을 상당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여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여력도 부족하다. 단기 자금 유입만을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향후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기금 운용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관의 성격에 따라 올해 하반기 사모펀드 시장의 출자 양극화 현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유동성 압박을 받는 상호금융권과 일부 공제회들은 투자 시기를 뒤로 미루거나 집행 규모를 보수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자금 여력이 남아있는 국가 연기금이나 대형 공제회 등 우량 LP에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제안서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하반기 대체투자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기조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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