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하나UBS자산운용이 장장 8년간 이어져 온 이원종 체제의 종식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품에 안기게 된 만큼 'UBS 사람'이나 다름 없는 이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룹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지주사나 은행 계열사 쪽에서 '하나자산운용'을 이끌 초대 CEO(최고경영자)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UBS자산운용의 대주주 변경승인안'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이번 승인으로 2대 주주(49%)인 하나증권은 UBS가 보유한 51%의 지분을 확보하며 하나UBS운용을 완전 자회사로 두게 된다. 하나금융지주(100%)→ 하나증권(100%)→ 하나UBS운용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에 맞춰 하나금융지주는 하나UBS운용의 간판을 하나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과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명 변경과 더불어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도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조인트벤처(JV) 파트너인 UBS를 대변하는 인물인지라 환골탈태를 앞두고 있는 하나UBS운용을 이끌 적임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000년 스위스 UBS그룹(UBS AG)에 입사하며 금융인으로 첫 발을 디뎠다. 이후 UBS 홍콩‧아시아태평양지역 고객본부 총괄과 경영실장 등을 역임했다. 또 대표이사 자격으로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최대주주(UBS) 추천을 받은 덕분이다.

8년이라는 재임기간도 이 대표의 퇴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 2015년 7월 하나UBS운용의 3대 대표이사에 오른 이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하며 업계 최장수 CEO로 활동 중이다. 2018년과 2021년에 각각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는 오는 2024년 6월까지가 임기다.

이 대표 보다 재임기간이 긴 운용사 CEO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11년)와 최만연 블랙록자산운용 대표(9년) 정도만이 거론된다. 외국계를 제외하면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이 대표 보다 오래 자리를 보존한 CEO를 찾기 힘들다. 조옥래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6년차에 접어든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장수 CEO 중 한 명인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5년)도 이 대표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UBS운용의 지배권을 확보하게 된 만큼 그룹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맨'에게 조타기를 맡길 것이란 분석이다. 그룹의 또 다른 운용 계열사인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경영진 구성이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수뇌부가 하나맨으로 채워져 있다. 이후승 대표는 25년 넘게 하나금융그룹의 녹을 먹은 인물로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 그룹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등 요직을 거쳤다. 또 다른 등기임원인 김주회 상무(기타비상무이사)는 지주사 재무기획팀 부팀장을 지낸 이력을 살려 하나대체투자운용에 합류했다. 문일식 상무(경영지원본부장)와 권순목 상무(위험관리책임자)는 각각 하나증권, 하나은행 출신이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2017년 UBS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지연됐다"며 "덕분에 이원종 대표는 최대주주인 UBS를 '뒷배' 삼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사명으로 하나자산운용이 유력시 되고 있는 만큼 수장 교체는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