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코스피200을 비교지수 삼은 ETF(상장지수펀드)를 앞세워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시장에 오랜만에 도전장을 던진다.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주식형 ETF를 선호하는 기관투자자 수요를 끌어모으면서 ETF 시장점유율 선두 기반도 확고하게 굳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29일 코스피에 KODEX 200 액티브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코스피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을 비교지수로 삼은 액티브 ETF로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이기도 하다.
ETF는 비교지수의 성과 추적이 목표인 인덱스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기초가 되는 비교지수를 90% 이상 추종하면 패시브 ETF, 70%가량 추종하면서 30% 범위 안에서 운용역이 투자종목과 비중 등을 조정할 수 있으면 액티브 ETF로 분류한다.
삼성자산운용은 패시브 ETF에 중점을 둔 회사다. 현재 운용 중인 ETF 상품 197개 중 액티브 ETF는 39개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액티브 펀드 운용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지난해 8월 주식형 액티브 ETF 시장에 뛰어든 뒤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이 가장 최근 내놓은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지난해 1월에 나온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 액티브'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로 범위를 더욱 좁히면 2022년 11월 출시된 'KODEX K-친환경조선해운 액티브'가 마지막이다.
이런 흐름을 깨고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 액티브를 준비 중인 점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주식형 액티브 ETF의 수가 많지 않고 규모도 작은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200을 비교지수로 고른 주식형 액티브 ETF 수는 10개뿐이다. 이 ETF들의 순자산총액 합산치는 18일 기준 3353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 액티브를 준비하는 이유로는 액티브 ETF의 성장에 따른 투자자 관심 확대가 꼽힌다. 액티브 ETF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면서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패시브 ETF에 쏠려있던 자금 역시 분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ETF 상품의 순자산총액 합산치는 17일 기준 55조5964억원으로 전체 ETF 시장의 34.1% 수준이다. 이 순자산총액 합산치는 연초보다 18조4151억원(49.5%) 많고 시장 비중 역시 3.5%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주식형 ETF 투자자, 특히 연기금과 금융사 등의 기관투자자는 테마형 상품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대표지수 추종형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액티브 ETF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내면서도 패시브 ETF보다 조금 더 높은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초대형 ETF 'KODEX 200'의 최근 1년 동안 매수금액 55조1093억원 가운데 기관투자자 비중은 67.9%로 개인투자자(15.2%)나 외국인투자자(16.5%)를 훨씬 앞지른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국내 패시브 ETF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00 액티브 ETF의 총보수를 비교적 낮게 책정한 것 또한 기관투자자의 투심을 노린 조치로 볼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ETF 상품 하나에 투자하는 금액이 대체로 큰 편이고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만큼 총보수가 낮을수록 더욱 큰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KODEX 200 액티브 ETF의 총보수는 연 0.15%로 KODEX 200 ETF와 같다. 액티브 ETF가 패시브 ETF보다 총보수가 높은 일반 경향과 다른 모습이다. 더불어 연 0.15%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액티브 ETF 상품 총보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점유율 선두 자리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KODEX 200 액티브가 삼성자산운용에서 강점을 지닌 기관투자자 대상 자금 유치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굳힐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연초부터 현재까지 기관투자자의 순매수금액이 가장 많은 ETF 상품 1~20위 안에 상품 8개를 올려놓으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4개)을 제쳤다. 반면 같은 기준을 개인투자자 순매수금액에 적용하면 삼성자산운용(8개)은 미래에셋자산운용(9개)에 소폭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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