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올해 미국사업을 어떻게 턴어라운드 하는지가 중요한 우선순위다"

지난달 열린 풀무원 주주총회에서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가 강조한 말이다. 이에 시장에선 풀무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미국사업이 올해 사상 첫 흑자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현지 공장 증설 투자가 일단락되면서 물류비와 원가부담이 크게 줄어든 부분이 동력이 될 전망이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 LA에 법인을 설립하며 첫 해외 공략에 나섰다. 이어 2016년 미국시장 1위 두부 브랜드인 '나소야'(Nasoya)를 인수하고 2021년 미국 식물성지향 브랜드 '플랜트 스파이어드(Plant Spired)'를 론칭하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현재는 미국 내 2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웰빙 레스토랑 체인 '와바그릴' 모든 매장에 플랜트 스파이어드를 입점하며 식물성 대체육사업이 자리를 잡았다. 4개의 생산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적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진출 이후 유의미한 흑자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 따른 미국 내수 증가로 한 차례 일시적인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사실상 32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적자가 지속된 부분은 공장 증설 등 설비투자 부담이 이어졌단 영향이 크다. 최근 5년간 풀무원식품의 평균 자본적지출(CAPEX)은 1126억원에 달한다. 2021년에는 당해에만 1861억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풀무원식품의 EBITDA가 113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투자를 지속한 셈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미국법인인 풀무원USA의 적자 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법인은 2021년 순손실이 307억원, 2022년 408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71억원까지 감소했다. 미국 사회에서 건강식품에 관한 관심이 커지며 풀무원 제품이 각광받고 있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매출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법인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21년 2386억원, 2022년 3234억원, 2023년 3655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풀무원식품의 미국사업은 전체 해외 매출의 65.2%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았다. 

시장에선 올해 미국법인의 첫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효율 대표도 "올해 1분기 집계를 한 결과 적자를 면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미국사업은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법인은 특히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면서 물류비를 크게 절감시켰다. 실제 2021년 캘리포니아주 풀러튼 공장의 두부 생산라인을 9300㎡ 규모로 증설하고 월 두부 최대 생산량을 2배 이상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주 길로이 공장에 생면 생산라인을 증설해 연 2400만 팩의 생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현지 수요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물류비와 원가절감으로 수익성을 개선시켰다.

미국사업은 두부와 아시안 누들 제품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나소야 브랜드를 달고 있는 두부는 지난해 미국시장 점유율이 67%에 달한다. 9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제품인 아시안 누들은 풀무원 브랜드로 판매 중이며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연 매출이 2.2배 성장했다. 23년 3분기 누적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9% 성장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풀무원의 미국시장 내 관심도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업체와의 관계도 달라졌다. 이효율 대표는 "우리가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던 대형 유통사들이 이제는 한국으로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며 "풀무원 브랜드를 인정해주기 시작하면서 현지 유통사들과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녕찬 기자 knc@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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