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찻잔 속 태풍 or 찻잔 밖 돌풍
우리금융지주 10년 만에 증권업 진출…핵심 인력 확보가 관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우리금융지주(우리금융)가 옛 우리투자증권을 NH금융지주에 판지 10년 만에 증권업을 부활시킨다. 시장 순위 53위 수준의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면서다. 우리금융은 과거의 영광을 계승이라도 하려는 듯 새 증권사 사명을 우리투자증권으로 잠정 확정했다. 10년 내 자기자본 4조(兆)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이에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뤄낸 효자 계열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의 초대형 IB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출범 전부터 핵심 인력 포섭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메이저 하우스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다만 우리금융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다수의 IB업계 고위급 실무진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최근 미팅 자리에서 만난 이들은 우리투자증권을 위협과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듯 했다. 심지어 가장 타격감이 클 것으로 짐작되는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IB 관계자들조차 무덤덤해 보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왜일까. 핵심은 '인재 확보'에 있었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우리투자증권이 원하는 시점에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주사 산하에서 지주사와 함께 시너지를 내며 일해본 경험이 많은 핵심 인력들의 활약이 중요한데, 현재까지 이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재를 영입한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이 인사 불균형에 대해 불만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내부 임원들 포섭에만 급급하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의 인력 채용에 있어서 미래에셋증권의 내부 균열을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인사철마다 옛 대우증권 출신인 직원들의 승진 인사에 대해 야박하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지주사 산하 증권사 IB 관계자들은 "지주사와 같이 일해본 핵심 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예정 인사를 보면 시너지 낼 수 있는 인력은 극히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선두 하우스의 인력이 이제 막 청사진을 내놓은 증권사로 거취를 옮기기 쉽지 않다. 


아울러 우리투자증권이 초기 성장 동력으로 꼽은 사업인 전통 IB 비즈니스가 최근 소위 전쟁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채권발행(DCM) 시장과 기업공개(IPO) 시장 등의 영역은 최근 기존 강자들도 숱하게 고배를 마시고, 매 분기 순위 변동이 있을 만큼 포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두 하우스 인력이 이제 막 새로 터를 닦아야 하는 증권사로 넘어간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은 현 우리투자증권이 옛 우리투자증권의 명성을 훼손하지 않고 국내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로서의 위엄을 증명하기 위해서 업계 고위급 실무진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선 안된다. 어떤 '당근'을 내어줘야 지주사 산하 증권사의 핵심 인력이 이직을 고려할 지 알아내는 것이 우리투자증권의 미래를 결정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출범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고 '찻잔 밖 돌풍'이 되어 단기간에 톱티어 증권사로 거듭나는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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