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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단-신탁사 소송전 후폭풍
김정은 기자
2024.05.22 06:25:12
④책임준공형 PF 리스크 신탁사로 전이…손해배상액 가늠 안돼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10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호황기 부동산신탁사들의 효자 노릇을 했던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사의 재무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탁사로 책임준공 리스크가 전이돼서다. 사업장의 준공을 책임지기 위해 신탁사는 자체자금인 신탁계정대여금 투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회수가 어려운 신탁계정대여금 증가는 신탁사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인한 신탁사의 재무상태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신용보강을 했던 국내 신탁사들이 PF대출 원리금을 모두 떠안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기자)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최근 부동산개발 사업장에 자금을 댄 대주단이 신탁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신탁사의 책임준공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시공사에 타격을 입힌 책임준공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신탁사까지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소송전을 신호탄으로 준공 기한을 넘긴 사업장의 신탁사들이 줄소송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탁사에 손해배상 소송 잇달아…손해배상 현실화 시 충당부채↑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의 PF대주단이 준공 지연의 사유로 신한자산신탁에 57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진행 중인 대주단도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285억원 규모의 충당부채액을 가지고 있으며 NCR(영업용순자본비율)은 927% 정도다. 이 수치는 신탁업계에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지만 여기에 손해배상액 575억원을 부담해 기존 충당 부채액이 늘어난다면 전체 부채액이 856억원에서 1431억원으로 67.17% 증가해 재무건전성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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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의 경우에는 더 위험할 수 있다. KB부동산신탁은 국내 신탁사 14곳 중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액은 5733억원으로, 여기에 손해배상액까지 더하게 되면 518%인 NCR은 더 하락해 500% 아래로 떨어지게 될 전망이다. 


◆ 신탁사 손해배상액 불확실…리스크 관리 어려워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시공사 책임준공 기한보다 6개월이 추가된 기한 내 책임준공을 제공하는 구조다. 시공사의 책임준공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대비해 신탁사가 한 차례 더 책임준공을 제공하면서 PF사업의 이중 안전장치로서 기능한다.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PF리스크가 위협적인 이유는 대주단에 지급해야 할 배상액 규모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미준수할 경우 시공사는 PF채무금을 인수한다. 반면에 신탁사는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대주단에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공사 지연으로 인한 신탁사의 배상해야 할 손해 범위를 사전에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탁사는 PF사업과 관련한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그 규모가 불확실하다. 신탁사의 책임 규모가 법원 판단에 따라 PF대출원리금 전체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침체된 부동산경기로 신탁사 대상으로 법적다툼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책임준공 기한이 경과하더라도 대주단이 굳이 신탁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는 않았다. 대주단이 완공된 물건으로 담보대출 또는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신탁사 NCR(영업용순자본비율) 현황.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기자)

하지만 최근에는 워낙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매각을 해도 제 값을 받기 어렵고 분양실적이 저조해 대주단이 예상보다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다. 이에 신탁사에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면서까지 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는 경우가 생겨 버렸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시공사와 달리 신탁사의 경우 책임준공형 상품의 책임 범위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리스크 규모가 불확실해 관리가 쉽지 않다"며 "신탁업계의 첫 사례인 신한자산신탁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법적 판단이 기준이 될 수 있을 듯"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터질 게 터졌다" VS 건설업계 "소송결과 두고 볼 것"


대주단이 신탁사를 대상으로 소송전이 벌어지는 현상을 두고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동산 PF사업이 건설사와 신탁사, 금융기관 등의 신용보강의 연속이었던 만큼 건설업계가 침체를 겪으면서 그 여파로 신탁사 역시 타격을 받았다는 시각이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신탁사 대상 손해배상 소송은 그동안의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의 부동산PF사업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례"라며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는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서 여러 업계가 뛰어들면서 신용보강을 하다가 침체기를 겪으니까 함께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보증상품은 보증범위가 천차만별"이라며 "신탁사의 손해배상 규모는 법리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 사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신탁사의 손해배송 소송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책임준공형 상품에 대해서 PF대출 채무를 인수해온 만큼 신탁사는 시공사에 비해 어느정도 규모의 채무를 인수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 부장은 "신탁사가 시공사만큼 보증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선취수수료를 취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금융당국에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 업무처리 모범규준이라는 신탁계약 가이드라인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 대상 소송 결과에서 신탁사의 책임준공 확약으로 인한 책임범위가 PF대출금이 아니라고 한다면 시공사는 이제까지 불공정한 계약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탁사는 금융계열 대주주가 있어 재무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여건으로 바탕으로 대주단과 소송전을 치룰 여유가 있지만 시공사는 법적공방을 할 재무적 여유도 없고 책임준공으로 채무인수를 하면서 회사 자체가 그대로 무너져야 할 판"이라며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은 준공기한을 못 맞추면 PF채무를 통째로 가져가야 하는 구조인데 신탁사는 이와 비교해 얼마만큼 책임을 지게 될 지 소송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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