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을 위한 서울은 없다
美 뉴욕 노인주택 확대 정책, 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참고해야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8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아메리카노 한 잔 1만2000원, 순두부찌개 3만5000원, 공항택시 12만원, 스테이크 30만원…'


최근 방문했던 미국 뉴욕은 영수증을 받아 들 때마다 모든 것이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라고 할 만 했다. 뉴욕에서 일상은 사치 그 자체였다. 뉴욕의 거리를 걷는 모든 뉴요커들이 억만장자로 보일 정도였다.


그런 생각이 들 때 더 눈길을 가는 건 뉴욕의 '핫플' 거리를 누비는 적지 않은 수의 노인들이었다.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야 뉴욕의 물가를 어느 정도 감당한다고 해도, '저 노인들은 저 비싼 커피값을 지불하기 쉽지 않을 터인데'라는 궁금증이 여행하는 내내 들었다.


그 의문은 뉴욕의 택시기사 아저씨의 입을 통해 풀 수 있었다. 해답은 뉴욕의 노인 주택에 있었다. 뉴욕은 노인 주택들이 많이 마련돼 있고, 노인 주택 임대료는 소득 또는 재산 수준에 따라 책정돼 모든 노인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노인들이 거주하기에 부담이 없는 도시라는 것이다.


더 자세히 알아보니 미국이 지난 1960년대부터 다가올 고령사회를 대비해서 도시 곳곳에 노인 주택을 확충해 놓은 덕분에 '고령사회 친화도시'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지난 2023년 기준 미국이 보유한 시니어 레지던스 수의 비중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대비 4.8% 정도다. 우리나라는 고작 0.12%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확연히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노인 아파트 평균 임대료는 월 300달러(약 40만원) 내외로, 아주 저렴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식사 제공, 목욕 보조 등의 데이케어까지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뉴욕의 대부분 물가가 서울보다 3배 정도 비쌌지만, 노인 주택 임대료만큼은 서울의 5분의 1 수준인 셈이다.


특히 노인 주택이 뉴욕 등 핵심 도시 곳곳에 밀집돼 있다는 점도 미국의 노인 주택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노인들이 노후에도 기존에 살던 지역사회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노인주택 확대 정책을 펼친 덕분이다. 이에 뉴욕에는 뉴욕시가 운영하는 공공주택청(NYCHA)의 공공 임대 아파트, 실버타운 등 다양한 형태의 노인 주택이 자리잡게 됐다.


이 또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주택은 기피시설 또는 상품성 없는 주택으로 취급받으며,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과 달리 노인주택 거주를 희망하는 서울의 노인들은 매달 200만원의 비싼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며, 부족한 노인주택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해 서울을 떠나야 할 지 모르는 실정이다.


미국의 노인 주택 확대 정책을 하루빨리 본받아야 할 때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노인 주택 확대가 더 절실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입한 한국이 서둘러 노인 주택을 늘려야 될 때임이 분명하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노인 주택 상품을 내놔야 할 필요가 있다. 뉴요커들처럼 서울 사람들도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될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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