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정권 든 이통3사, 경영개입 칼날 피할까
KT 발목 잡는 구현모 사법리스크…SKT 박정호 재선임 통과 확실시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0일 09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국민연금이 통신3사에 대한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2020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지, 또 각 기업에서는 어떤 내용을 주총 안건으로 올릴 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3사 모두 국민연금 지분율 10% 넘어


최근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의 활동'에서 ▲주주 기본 권리인 배당 관련 주주활동 ▲활동공적연기금 등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 행사 등을 제외했다. 


동시에 경영권 영향의 목적이 없는 경우인 ▲단순투자와 ▲일반투자의 세부적인 내용도 조정했다. 단순투자는 의결권이나 신주인수권 등 주주권만 행사하는 경우로 최소한의 공시의무만 부과되고,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 목적 활동에서 제외된 배당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즉, 국민연금이 주식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꿨다는 것은 배당에 대한 의견개진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사실 통신업의 경우 3사 모두 오너 일가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배당성향도 30~60%대로 높아 스튜어드십코드 사정권에 들지 않았다. 다만 2018년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통신3사 주총에서 사내·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사업목적 정관변경 등에 반대표를 던진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다시 한 번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앞으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과 관련한 압박이 국민연금을 통해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월 초 기준 국민연금은 SK텔레콤 지분의 10.82%를, KT의 12.90%, LG유플러스의 10.88%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KT의 경우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다. 


◆ SKT·KT,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 6년' 룰 걸려


19일 현재 통신기업의 구체적인 주총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사 모두 임기만료를 앞둔 사내·외이사진이 포함돼 있어 이사회 새진용을 꾸리기 위한 안건이 상정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개정된 상법 시행령에선 사외이사 임기를 한 상장사에서 최대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추가돼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SK텔레콤과 KT는 이사회 의장이 교체대상에 포함돼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박정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상정이 확실시된다. 박 사장 2기 체제를 맞은 만큼 주총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임기도 3월까지로, 이 역시 재선임 안건으로 올라올 경우 이변이 없는 한 이사직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외이사의 경우 이재훈, 안재현, 안정호 등 3명의 이사가 내달 임기가 만료된다. 이중 이재훈, 안재현 이사는 2014년부터 SK텔레콤 사외이사로 활동해온 만큼 2명의 이사가 SK텔레콤에서 떠나고 이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추천될 전망이다. 특히 이재훈 이사는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은 이날 주총 직후 새롭게 꾸려진 이사진들과 회의를 갖고 신임 의장 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현재 3인으로 구성된 사내이사진 전반의 물갈이가 예상된다. 우선 이번 주총에서 구현모 대표이사 내정자에 대한 등기임원 선임안이 다뤄질 예정인데, 국민연금이 구 내정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송치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사회에서 계약서에 법 위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조항을 달긴 했지만, 현실화했을 때 CEO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T의 또 다른 주총 포인트는 현재 황창규 KT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인회 사장과 이동면 사장의 거취다. 이들의 임기는 올 3월까지인데, 두 명의 사장 모두 최근 조직개편에서 담당보직이 없는 부근무 발령을 받았다는 점에서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이 사장은 지난달 등기임원직에 대한 사의를 표하고 물러난 상태고, 김 사장의 경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계열사 사장단 인선에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교체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이사회 의장 교체이슈도 놓여 있다. 6년간 KT 이사진으로 활동한 김종구 의장과 장석권 이사가 이번 주총 이후 KT를 떠나야 한다. 임일 이사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한 차례 더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LG유플러스는 이사진 변동 폭이 좁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내이사 중 이혁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재선임 안건과 함께 신임 사외이사 선임안이 표결 대상이다. 2014년부터 활동한 박상수 이사가 물러나고 이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채워질 전망이다. 


주주총회에서 2019년 회계년도 결산배당액에 대한 승인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는 국민연금 등의 반대 없이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3사들의 경우, 상장사 평균 시가배당률(보통주 2.15%, 2018년 기준)을 웃도는 수준의 배당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배당률은 KT가 4.0%로 가장 높다. 배당성향도 62.5%에 달한다. KT는 1주당 1100원, 약 2698억원 규모의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주당 9000원씩 약 6582억원을 주주환원을 위해 푼다. 시가배당률은 3.7%, 배당성향은 67.1%다. LG유플러스의 결산배당 규모는 약 1746억원(주당 400원)이다. 3사 가운데 시가배당률(2.8%)과 배당성향(39.2%)이 가장 낮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통신시장은 통신을 넘어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사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하는 시점"이라며 "당장의 압박은 없더라도 언제든지 국민연금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외부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도한 기업경영 개입과 간섭은 반드시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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