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스토리]
명품 플랫폼 3사, 합병 무산 뒤 휘청…때늦은 후회
①삼정KPMG·노무라증권 등 합병 제의…적정 기업가치 '이견'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16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국내 3대 명품 플랫폼(머스트잇·트렌비·발란)이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고 결국 존망을 다투는 위기에 빠졌다. 과거 합병 결렬이 이들 3사의 몰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급속도로 성장한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사는 출혈 경쟁을 타개하고자 2023년 초 합병을 위한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머스트잇의 투자유치 자문을 맡은 삼정KPMG와 발란의 신규 투자유치를 주관한 노무라증권 등이 경영 효율성을 위해 합병법인 설립을 제안한 게 기점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특수 종료에 따라 명품 수요가 감소하며 플랫폼 간 경쟁이 심화하자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거나 할인쿠폰을 남발하며 각 회사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추세였다.


자문사들의 제의로 3사를 대상으로 합병을 위한 실사를 진행했으나 각사의 경영진과 재무적투자자(FI)들은 적정 기업가치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2023년 8월 합병은 최종 무산됐다. 머스트잇 측은 마지막 투자유치 시점을 토대로 합병비율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회사별 기업가치는 직전 투자유치 기준 ▲머스트잇 4500억원(2022년 6월) ▲발란 3000억원(2022년 10월) ▲트렌비 2800억원(2022년 9월)으로 파악된다.


다만 발란의 경우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 5000억원 이상으로 시리즈D 투자유치를 구상 중이었기에 직전 투자 라운드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합병비율을 산정하길 희망했다. 이에 합병을 통한 돌파구 모색이 아니라 단독 펀딩을 택하며 협상 의지를 완전히 거둬들였다.


발란의 이탈로 트렌비와 머스트잇만 합병하는 방안도 협상 테이블에 올랐으나 트렌비 또한 직전 투자유치 때의 기업가치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트렌비 측은 월간활성사용자(MAU) 수 등 다른 요인들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명품 플랫폼 3사는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합병 논의를 백지화했다. 문제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로 한 이들이 현재 경영 위기를 넘어 존폐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발란은 지난달 31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계속되는 적자에 자금 수혈이 필요했으나 자금 조달이 예상과 달리 지연돼 유동성 경색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발란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발란은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아직 공시하지 않은 상태다. 이전 실적을 살펴보면 발란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2022년 891억원에서 2023년 392억원으로 56% 감소했다. 2023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각각 73.26%, 67.63% 줄어들었으나 적자 늪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같은 기간 결손금은 662억원에서 785억원으로 늘었고 미지급금은 34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었다.


트렌비와 머스트잇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트렌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07억원으로 전년(402억원) 대비 94.8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32억원에서 2024년 29억원으로 9.38%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5억원에서 51억원으로 45.71% 증가했다. 결손금은 전년(654억원)보다 7.8% 늘어난 705억원을 기록했다.


머스트잇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2023년 250억원에서 2024년 119억원으로 5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79억원 규모로 유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6억원에서 –8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결손금은 236억원에서 320억원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딜스토리 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