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이 경영권까지 포함한 지분 매각에 나섰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한때 2500억원에 달했지만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는 200억원 안팎까지 내려왔다. 머스트잇의 경우 무차입 안전경영으로 경쟁 플랫폼들의 확장 전략과 차별화를 뒀지만 오히려 외형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머스트잇은 현재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에 나섰다. 머스트잇은 '전략적 투자 유치'라는 입장이지만 벤처캐피탈(VC)업계에선 플랫폼기업이 주관사를 선정한 것 자체가 일반적인 라운드 투자와는 다른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대형 플랫폼이 머스트잇 측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머스트잇이 매물로까지 나온 데는 정체된 성장과 무관치 않다. 머스트잇의 외부투자금은 2022년 9월 CJ ENM 커머스부문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CJ ENM은 머스트잇 지분 4.76% 가치를 12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적용하면 장부가 기준 머스트잇의 기업가치는 252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머스트잇은 뚜렷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사가 발란과 트렌비 등 다른 플랫폼과 차별점으로 내세운 건 차입 없는 안정적인 경영이었다. 실제 머스트잇은 작년 말 기준 245억원의 장기차입금을 상환하며 차입을 없앴다. 

문제는 실적이다. 조용민 머스트잇 대표는 작년 초 타운홀 미팅에서 "2024년은 위기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실제 작년 매출은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머스트잇의 2024년 매출은 119억원으로 2020년(115억원)과 4억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머스트잇은 2020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작년에는 79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순이익 역시 압구정 본사 건물 매각 이후 22억원 수준의 임대료 부담이 추가되며 작년 84억원의 손실을 냈다.  

시장에서는 머스트잇의 실적 부진이 소극적인 투자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2022년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 등 국내 명품 플랫폼 3사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을 당시 발란은 그해 매출(250억원)보다 더 큰 385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같은 기간 머스트잇이 지출한 금액은 157억원에 그쳤다. 이에 성장동력 발굴과 신규고객 유인 등에서 경쟁사에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머스트잇은 병행수입을 기반으로 한 중개형 플랫폼이라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 약점"이라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친 데다가 온라인 명품 수요 증가세까지 둔화되면서 신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유의미한 지분 투자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다만 매각과 관련해서 우선 논의된 것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