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톺아보기]
美 필리조선, 납기지연·적자 부메랑…생산성 향상 집중
한화오션, 건조계약 채무보증 1조…설비 노후·인프라 부족에 수익성 악화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1일 18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채무보증 내역.(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 인수조건에 따라 1조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프로젝트에 대한 신용 보강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한화오션이 계열사 후방지원에 나선 것이다. 선박 건조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에 진 채무보증은 해소된다. 


다만 필리조선소의 현재 생산능력이 연 1.5척에 불과한 상황에서 생산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조선소는 설비 노후화와 높은 임금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수년간 순손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생산 납기가 밀리고 있는 만큼 필리조선소가 제때 선박 건조를 하지 못할 경우 보증인인 한화오션이 대신 지체보상금(LD)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에 지급보증 해준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보증액은 적게는 4800만달러에서 많게는 3억달러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보면 ▲GLDD(Great Lakes Dredge & Dock Company) 8039만달러 ▲맷슨 내비게이션 컴퍼니(Matson Navigation Company) 3억9950만달러 ▲토트 서비스(TOTE Services) 3억5520만달러·4800만달러 등 총 4건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필리조선소 수주 계약에 대한 채무보증을 서는 인수조건을 받아들이며 총 8억8309만달러 규모의 채무보증을 섰다. 원달러 환율 1433.20원(2024년 12월 10일) 기준으로 총 1조2657억원이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가 건조 예정인 선박에 채무보증을 선 것은 관행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필리조선소의 경우 신용도가 높지 않아 신규 프로젝트 수주와 현지 차입이 어렵기 때문에 한화오션으로부터 채무보증을 받아 신용을 보강한 것이다. 스케줄에 맞춰 선박 인도를 마치면 우발채무 발생 우려는 자연스레 해소된다. 


문제는 이미 필리조선소의 건조 일정이 밀린 데다, 생산성 저하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미국 토지매립·준설 전문 회사 GLDD는 해저암반설치선박(SRIV) 건조가 지연됐다며 필리조선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납기일은 지난해 11월이었으나 필리조선소는 계약기간을 2026년 9월로 연장해달라고 발주처에 요청했다. 


한화오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LDD가 필리조선소에 발주한 프로젝트에 대한 채무보증은 2026년 2월 15일까지다. 이는 당초 필리조선소가 GLDD에 연장 요청한 납기일보다 7개월가량 이른 시점이다. 상황이 이러니 채무보증 기간이 더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주처는 선박 생산 일정이 지연될 경우 조선소를 상대로 LD를 요구할 수 있다. 이 역시 필리조선소가 부담할 수 없으면 모회사로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필리조선소의 연 생산능력은 1척에서 최대 1.5척이다. 조선소의 주력 선박이 소형선인 점을 고려하면 연 1.5척의 건조능력은 생산 효율성(도크 회전율)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소형선을 건조하면 도크 회전율이 더 높아 척수 기준으로는 중대형 조선사보다 더 많은 선박을 건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도 지연 프로젝트가 발생한 상황에서 장기간 이어진 적자행진 탓에 자칫 모회사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필리조선소의 순손실은 ▲2021년 68억원 ▲2022년 129억원 ▲2023년 863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계는 2968억원에 그치는 반면 부채총계는 4982억원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자본총계는 마이너스(-)201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필리조선소는 설비 노후화로 인한 낮은 생산성뿐 아니라 블록 생산 등 주변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생산능력이 최대 1.5척이기 때문에 한 척의 납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줄줄이 건조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연 1~1.5척 정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상황으로 향후 투자 등을 통해 생산량을 두 배가량 늘리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GLDD의 선박 납기 지연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주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납기 기일에 맞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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