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를 차례로 정리하고 있는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재무적투자자(FI)를 교체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업공개(IPO)와 관한 경영권 인수 조항이 거론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재점화 되고 있다.
카카오는 "경영권 매각은 없다"며 "재무적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매각설로 와전됐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주행 데이터와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포기하긴 어렵고, 카카오 플랫폼 사업의 핵심 포트폴리오인 만큼 일부 지분 매각은 있어도 경영권을 아예 넘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과거 카카오의 골칫덩이었고, IPO도 쉽지 않은 만큼 경영권을 넘기고 이익만 얻는 구조로 재편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골드만삭스, 무바달라, KDB산업은행 등과 함께 TPG(텍사스퍼시픽그룹) 등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소수지분 40% 인수를 추진 중이다. 동시에 최대주주인 카카오(57.3%) 지분 일부도 넘겨 받는 등 경영권 인수까지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딜에 경영권 인수 조건이 걸려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는 반대 시위를 열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17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이익만을 쫓는 사모펀드에게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는 것 자체와 해당 과정에 산업은행의 공적자본이 투입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16일 IB 업계 정보원을 통해 딜 조건을 확인했다"며 "VIG컨소시엄이 지분은 40%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향후 몇 년 안에 IPO를 진행하지 않거나 IPO 조건에 못 미치면 경영권을 넘긴다는 내용이 실제 딜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즉각 무마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관리자(CFO)는 17일 임직원에게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로서 경영권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무적투자자 교체 방안에 대해 주주사와 투자사 간 검토가 진행된 건 있으나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플랫폼 기타' 부문의 핵심 매출원이다. 카카오의 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기타 영역의 매출은 1조4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카카오페이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대리, 주차, 퀵 등 전반 사업에서 견조한 성장을 기록하며 매출을 견인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750억원, 영업이익 930억원을 거둬들였다.
카카오모빌리티 사업은 카카오가 주력하는 AI·카카오톡과의 연결성도 두텁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레벨 4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및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의 '자율주행 지능학습 데이터 수집·가공 핵심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고도화된 자율주행용 AI 학습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생성·관리·배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카카오가 AI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 이동 플랫폼 카카오T 앱은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와 연계된 서비스로 데이터 수집 및 활용도도 높다.
증권업계에서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이슈는 마이너 지분을 보유한 이해관계자간 진입시점과 밸류 차이를 둔 단기적 이슈"라며 "카카오가 중기 이상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발현될 모빌리티 FSD(완전자율주행) 여지를 감안할 때 카카오가 연결 권한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낮을 것으로 종합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FSD는 자율주행 레벨 5에 가까운,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상태를 지향하는 단계를 말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서비스는 AI 기술이 중요한 부분으로 모빌리티에서 자체 연구를 진행하는 등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고 전했다. 본사가 운영하는 카카오맵과 모빌리티간의 서비스적인 시너지나 카카오 AI 기술의 적용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카카오가 지난 몇 년간 100개가 넘는 자회사를 적극적으로 정리한 만큼 향후 매각이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지난해 5월 카카오헤어샵을 서비스하는 자회사 '와이어트'의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지난달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스크린골프 사업체인 카카오VX 매각 계획을 공개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분사했고 카카오헬스케어에 대해서도 지분 매각설이 돌고 있다. 최근엔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설도 나왔다.
또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이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 확장', '쪼개기 상장', 'SM 시세 조종', '택시기사와의 분쟁' 등으로 공격을 받고 고초를 겪은 바 있어 골칫덩이였던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과거 택시호출료 인상과 택시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 도입 등으로 갑질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일부 사업철수와 상생방안을 내놨지만 비난을 많이 받은 바 있다. 오히려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을 넘기고 일부 지분 만큼만 이익을 얻는 구조를 가져가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비대해진 계열사를 줄이고 수익성사업과 인공지능(AI)에 집중하기로 한 상황에서 제 값을 치르는 인수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매각설에 대해 부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9일 권기수·장윤중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전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 교체와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는데 (카카오엔터 매각설은) 이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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