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금융당국이 KCGI의 한양증권 인수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 한양학원의 자금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도자인 한양학원은 KCGI와 오는 6월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심사 재개 시점을 알 수 없게 되면서 올해 만기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상환 재원 확보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인수 의지가 확실한 KGCI도 국세청 세무조사가 오는 6월을 넘기면 한양증권 인수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A업계 일각에서는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KCGI의 한양증권 대주주적격성심사를 중단하기로 의결했다. KCGI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 대주주적격성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대주주적격성심사 시 금융위·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금감원·검찰 등의 조사나 검사가 진행 중일 때 조사 내용이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사를 중단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따른 심사 중단은 금융위 입장에서 당연한 절차였다.
KCGI의 한양증권 인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증권 지분 29.59%를 22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계약서상 오는 6월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조사 기간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한양증권 매각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가 중단된 심사에 대해 6개월마다 재개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하기에 10월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재개할 수 있지만 국세청 제재 결과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세무조사 기간을 고려하면 KCGI는 하반기 이후에나 한양증권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학원이 KCGI 대신 새 주인을 찾을 경우 한양증권 매각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KCGI와의 딜이 무산될 경우 한양학원은 차순위 협상자로 지정받은 LF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차순위 효력은 우선협상 단계까지 유지되기에 새로운 원매자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KCGI 제시 금액 2200억원 이상의 밸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목할 부분은 거래가 계속 미뤄질 경우 그룹 계열사인 한양산업개발 등의 자금난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양산업개발이 신용공여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의 만기가 대부분 올해 도래하기 때문이다.
한양산업개발이 물류센터·생활형숙박시설 개발 등에 제공한 PF 신용공여 한도는 지난해 말 기준 6145억원으로 전년 5072억원 대비 21.16% 증가했다. 총 7건에 실제로 제공한 금액은 5024억원으로 구의동 역세권 청년주택 개발사업에 제공한 1222억원 규모의 PF(만기 2035년 6월 28일)을 제외하면 나머지 여섯 건의 만기가 이미 도래했거나 올해 안에 도래 예정이다.
일부는 이미 채무를 인수해 상환이 진행 중이다. 전라남도 여수시 봉산동 275-7번지 일원에서 진행한 여수 한양 어반스테이 스위트 생활형숙박시설 개발사업은 한양산업개발이 책임준공 기일을 지키지 못하며 355억원 한도의 PF 채무를 인수해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선순위 PF대출 250억원을 상환했고 10월부터 중·후순위 분할상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장을 제외해도 한양산업개발이 인수했거니 인수가 유력한 PF대출은 4000억원 이상이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을 확정하지 않는 이상 획기적인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그룹 전체의 자금난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한양학원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내놓고 있다. 계열사 백남관광이 보유 중인 서울시청 앞 프레지던트호텔이 최근 매물로 나왔는데 몸값은 300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김종량 한양학원 이사장 일가가 보유한 순화빌딩을 백남관광 자금 차입을 위한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양산업개발이 사업 확대를 위해 부동산 PF대출 관련 보증을 남발한 것이 한양증권 매각으로 이어졌다"며 "국세청 세무조사로 가장 확실한 유동성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긴 만큼 매물로 나온 프레지던트호텔 매각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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