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IPS, 현금 여력 확대...신규 수주 덕분
중국 매출은 내리막길...매출처 다변화 '과제'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7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원익IPS가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선수금 유입 등으로 현금 여력을 확충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고객사인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줄었지만, 동시에 SK하이닉스 신규 수주 물량과 디스플레이 매출 확대로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다만 여전히 국내 매출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해외 매출처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익IPS는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78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전년(-123억원)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다. 신규 수주가 늘면서 선수금을 포함한 계약부채 증가분이 가산돼 EBITDA보다도 큰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EBITDA는 264억원에서 511억원으로 93.56% 늘어났다. 계약부채는 2021년 2327억원→2022년 1403억원→2023년 1328억원으로 줄곧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1467억원으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이에 현금 여력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이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50억원으로, 전년 539억원 보다 150.14% 급증했다.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기초 현금성자산에 영업활동현금흐름·투자활동현금흐름·재무활동현금흐름을 반영해 산출한다. 지난해 리스부채 지급 등으로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34억원이 순유출됐으나, 영업과 투자 부문에서 이를 충분히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투자활동현금흐름이 54억원 순유입을 기록하며 전년(-460억원)과 확연히 대조되는 흐름을 보였다.


현금흐름 개선 배경은 단연 실적에 있다. 원익IPS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 7481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38%,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35억원에서 흑자 전환된 20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89%→2021년 13.32%→2022년 9.64%으로 등락을 거듭하던 영업이익률은 2023년 적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1.42%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신규 수주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원익IPS의 수주총액은 9940억원으로 전년 8050억원 보다 23.48% 증가했다. 전체적인 수주잔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핵심 고객사인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5138억원에서 3604억원으로 1534억원(29.85%)가량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4.43%에서 48.17%로 떨어졌다. 이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 투자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원자층증착(ALD) 장비의 신규 수주 물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하지만 동시에 SK하이닉스의 신규 수주가 989억원 반영되면서 매출 감소분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 원익IPS는 2023년에도 SK하이닉스에 일부 장비를 공급했으나, 전체 매출의 10%를 넘지 않을 만큼 물량이 적어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인 매출액이 기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을 중심으로 ALD 장비가 상당수 납품된 것으로 보인다.


D램은 1x·1y·1z·1a·1b·1c 등 세대를 거듭할수록 선폭이 좁아지는데, ALD 장비는 이러한 미세한 두께 조절을 가능하게 해 양산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3E, HBM4에 사용하는 1b 공정은 1세대인 1x 대비 기여하는 공정 스텝 수가 3배가량 늘어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생산능력(CAPA)을 빠르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요 거래처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장비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납품업체 다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성엔지니어링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SK하이닉스로 추정되는 'A사' 관련 매출은 2059억원으로 전년(705억원)보다 191.97%나 늘었다.


동시에 부진했던 디스플레이 사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매출 규모를 끌어올렸다. 2023년 916억원이었던 디스플레이 부문 매출은 지난해 1710억원으로 86.69% 늘어났다. 중국 매출은 849억원에서 632억원으로 줄었으나, 국내 매출이 67억원에서 107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고객사는 원익IPS에 3.77% 지분투자를 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인 삼성디스플레이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올레드(OLED)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천안 소재의 A1 라인에 최신 ALD 장비를 반입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인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매출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과제다. 원익IPS의 주요 해외 매출처는 중국인데,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수주가 줄면서 관련 매출은 2021년 4880억원→2022년 3560억원→2023년 1492억원→지난해 1644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D램은 레거시 라인 전환 투자에, 디스플레이는 OLED 투자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원익IPS는 글로벌 장비사들에 비해 중국 매출 비중이 낮다"며 "올해 전체 매출에서 중국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원익IPS의 올해 예상 매출은 8986억원, 영업이익은 74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10%, 영업이익은 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공정을 싱글 스택인 V6에서 더블 스택인 V8로 전환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많은 설비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매출 기여도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는 고객사들의 낸드 고도화 만으로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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